한화그룹이 종자사업 본격 공략을 위해 캄보디아를 타깃으로 삼았다. 방산과 화학에 이어 바이오 등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토를 확장하는 김승연(사진) 회장의 의지가 다시 한 번 작용했다.
13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계열사인 ㈜한화 무역부문은 최근 종자사업 진출을 결정하고 정부와 협력해 유럽 수출용 벼 종자의 개량·유통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캄보디아를 우선 타깃으로 삼아 현지 기후와 토양에 맞는 품종을 재배하고 동남아산 벼에 대한 수요가 높은 유럽으로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라 투자액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향후 성과에 따라 필리핀 등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앞서 지난해 11월께 무역부문 미래사업팀에 정부의 종자육성 사업인 골든시드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GSP)에 호응한 'GSP 종자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진출을 타진해왔다. 올 1월에는 종자 수출을 위해 캄보디아 업체 '암루 라이스'와 손잡고 현지에 쌀 수출 유통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한화의 종자사업 진출 배경에는 김 회장의 강한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으로는 외국 업체들의 공세로부터 국내 시장을 수성하고 밖으로는 급성장하는 세계 종자 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농작물 종자시장 규모는 지난 2002년 247억달러에서 2011년 450억달러로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몬산토·듀퐁 같은 상위 10대 기업의 합계 점유율이 70%를 넘는다. 국내 기업들은 2위 업체 동부팜한농이 외국계 자본에 매각될 가능성이 커지는 등 수세에 몰린 형편이다.
물론 그룹 안팎에서는 종자사업 성공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도 적잖이 나온다. 한화와 협업해 GSP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정부 부처 내 일부 관계자들은 한화의 종자사업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화가 종자산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선 매물로 나온 동부팜한농의 인수처럼 보다 획기적인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