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창업, 푼돈 자본금…” 마이크로소프트(MS)를 필두로 지금 세계 IT업계를 주름잡는 거대 기업들의 창업 신화는 대충 이런 포맷으로 시작된다. 구글도 예외가 아니다. 1998년 미 스탠퍼드대학원생이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친구집 창고를 빌려 창업한 것은 유명 검색 회사들로부터 자신들의 기술을 ‘문전박대’ 당한 직후의 일이다. 그리고 3년 뒤인 2001년. 마침내 이들이 세운 회사 구글은 자신들을 무시해버린 인터넷 검색서비스의 왕자 야후와 알타비스타를 누르고 검색 엔진 부문 세계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많은 여백으로 언뜻 허술해 보이는 구글의 사용자 환경은 1990년대 후반 “더 많은 것이 더 좋다”는 웹디자인의 트렌드를 깼다. 단순하지만 혁신적인 검색방법-예컨데 이미지 검색, 데스크탑 검색, 자동화된 뉴스 서비스 등-을 무기로 구글은 영토 확장을 해나갔다. 야후와 알타비스타라는 벽을 넘어섰지만 지금 구글 앞을 가로막고 선 건 골리앗 MS다. 구글은 MS로, MS는 구글의 사업 영역을 서로 넘보며 양자간 한판 대결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국면을 맞을 조짐이다. ▦“구글을 죽여버리겠다.” 이 같은 험악한 발언이 MS 스티브 발머 CEO 입으로부터 나왔다는 소문이 외신을 탄 건 MS 직원 스카우트를 둘러싼 소송에 양사가 휘말리면서다. 인재 확보전을 비롯 데스크탑 검색서비스-MSN검색 툴바, 구글토크-MSN메신저 등 신규 사업 영역에서 대척되는 양자간 갈등은 이제 전면전의 양태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3분기에만 800여명의 인력을 구글에게 빼앗긴 것으로 알려진 실리콘밸리 업계로부터도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글의 일부 행태를 ‘오만함’으로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엔지니아들의 연봉이 구글로 인해 최근 20~25%나 급등했다. 자금 측면도 마찬가지다. 유망한 사업 분야마다 손을 뻗치려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벤처캐피털의 자금을 구글이 거의 빨아들이는 상황이란 것. 지난해 경우 구글은 실리콘밸리 전체 투자액의 25%를 챙긴 것으로 신문은 추정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 방식은 구글이 전략적 타깃으로 삼는 MS의 전략을 닮아 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MS는 윈도에 익스플로러를 끼워 넣는 수법으로 넷스케이프를 눌렀다. 또 MSN메신저를 앞세워 메신저 시장을 장악해 온 AOL을 따돌렸다. 사실 구글의 구글토크와 데스크탑 기능은 MSN 서치로 검색엔진 분야에 손을 뻗친 데 대한 반격의 의미도 있다. 컴퓨터 관련 업계에서 독과점 혹은 독점 구조를 이야기 할 때 떠올리는 회사가 MS에서 이제는 구글로 바뀌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지 않다. ▦양사간 경쟁에서 아직은 구글의 힘이 MS에 비해 부쳐 보이는 형국이지만 미래도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구글은 쫓는 입장인 반면 MS는 쫓기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창업자 부(富)의 측면도 흥미롭다. 포브스는 최근 미국 400대 부호를 발표하면서 구글 창업자 2명의 재산 증식이 빌 게이츠가 누린 부의 팽창 속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창업자의 부는 흔히 주식 가치와 비례, 결국 구글의 성장속도가 MS를 능가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거만해지고 있다는 지적 속에도 구글의 MS 추격에 두드러진 특징은 연합군을 형성, MS를 협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는 자바의 원조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손 잡고 소프트웨어 사업 강화를 발표하는 등 MS가 장악하고 있는 인프라스트럭처를 조금씩 침범하고 있다. 양사 협력은 MS와 경쟁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반(反) MS’ 연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빌 게이츠는 구글에 대한 최근 발언에서 “위협적이나 두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같은 발언 자체가 구글의 추격에 대한 초조감으로 비춰지는 측면이 있다. 인터넷 검색 기술의 경우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그리고 인터넷 업황은 다시 살아날 조짐이다. 시장은 넓고 할 일은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글로벌 기업들 중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을 일궈낸 두 업체간 인터넷 대전(大戰)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