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038500]의 매각 공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수전이 과열되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동양그룹 사태 전까지 업계 2∼3위 자리를 지켜온 저력있는 회사인데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어 시멘트·레미콘 사들의 인수 경쟁이 치열한 양상이다. 특히 동종 업계인 시멘트사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시장 점유율 1위자리에 오르는 만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업계의 판도변화도 예상된다.
현재 동양시멘트 인수전에는 시멘트사 가운데 한일시멘트[003300]와 라파즈한라가, 레미콘사 가운데는 삼표와 유진기업[023410] 등 4개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업계의 ‘4파전’ 속 아세아시멘트[183190]와 아주산업,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양회[003410]의 지분을 10%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시멘트·레미콘 업계는 또다른 매각 대상이던 쌍용양회가 다이헤이요 시멘트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동양시멘트 인수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멘트사 가운데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한일시멘트다. 한일시멘트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동양시멘트를 잡기 위해 삼일PwC를 인수자문사로 선정하고 일찌감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단양·전주·군포 등에 공장을 보유해 ‘내륙사’로 분류되는 한일시멘트가 삼척·동해·광양·부산 등지에 공장이 있는 ‘해안사’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만 하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내륙사 입장에서 수출과 내수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해안사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회사의 약점인 남부지역 물류 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계 회사인 라파즈한라도 바클레이스를 인수자문사로 선정하고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라파즈한라는 동양시멘트 인수를 위해 최근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찰 참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라파즈 본사가 스위스의 글로벌 건축자재 회사인 홀심과의 합병을 진행중이어서 동양시멘트 인수전 참여 여부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시멘트 내수 출하량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2위인 한일시멘트(13.6%)와 5위인 라파트한라(12.1%)는 현재 4위(12.8%)의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누구든 쌍용양회(19.8%)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선다.
레미콘 업계에선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 시멘트-레미콘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현재 레미콘 업계 2위 회사인 삼표가 가장 적극적이다. 동양시멘트 출신 임직원들을 영입해 인수 작업을 추진중이며 매수자문사도 동양시멘트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선정했다. 한일시멘트와 함께 가장 강력한 인수자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삼표 관계자는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 레미콘의 원료인 시멘트를 안정적으로 자가 공급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인수 의지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 1위인 유진기업도 인수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매각후 보유하고 있는 여유자금을 바탕으로 시내면세점 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최근 신사업 확보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쌍용양회가 매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져 동양시멘트 인수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동양시멘트가 보유한 공장의 입지 경쟁력, 과거 쌍용양회와 함께 양대 회사로 군림했던 저력 등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법원은 이달 29일 동양시멘트의 매각 공고를 내고 입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동양[001520]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지분 54.96%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19.09%다. 법원은 이들 지분의 매각 가격을 높기 위해 총 다섯 가지의 조합으로 선택지를 나눠 매각을 진행한다. 인수후보자들은 우선 ㈜동양의 지분(54.96%)과 동양인터내셔널 지분(19.09%)만 각각 인수하거나 두 지분 전체(74.05%)를 한꺼번에 매입할 수 있다.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12%만 인수하는 지분참여 방식도 가능하다. 법원은 여기에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이 충족되는 의결권의 3분의 2(67%)의 지분을 살 수 있는 방법을 포함했다. ㈜동양이 가진 54.96%를 사고 여기에 동양인터내셔널 지분 19.09% 중 12%만 추가로 사는 방식이다. 법원은 이들 다섯 가지 방안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하든 주당 인수 가격이 가장 높은 회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뽑는다는 방침이다. ㈜동양과 인터내셔널의 보유 지분을 모두 인수하려 한다해도 각각의 지분에 대해 최고가를 써내지 않으면 양쪽 지분 모두를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경영권 확보의 마지노선인 ㈜동양의 보유지분을 최고가로 써내는 전략을 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두 회사의 지분 전체가 시가총액 기준 6천억원 수준으로,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할 경우 인수가가 7천억∼8천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멘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양 지분만 인수하더라도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써내지 않으면 인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수전이 가열되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매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다. /정하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