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가 불분명한 은을 유통하면서 1조원대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모두 1,000억원의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일명 '폭탄업체'와 '자료상' 등을 이용한 가짜 거래를 통해 조직적으로 세금을 회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관정)는 은을 유통하면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부가세를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64개 업체를 적발해 업체 대표 김모(56)씨 등 16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2∼2013년 밀수 등으로 입수한 1,200억원 상당의 은을 대규모 수출업체 등에 바로 공급하면서도 속칭 '폭탄업체'와 '자료상'을 이용해 마치 중간 거래가 있는 것처럼 꾸며 세금계산서를 거짓으로 발행하는 수법으로 120억원 상당의 부가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자료상이란 유령업체를 설립한 뒤 중간 단계에서 다른 사업자와 재화나 용역을 거래한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어주고 그 대가를 받는 업자를 뜻한다. 폭탄업체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가장 처음 만들어내는 유령업체로, 매입 없이 매출 세금계산서만 자료상에 계속 발행하다가 최종 거래 업체로부터 대금을 송금받으면 즉시 폐업할 용도로 만들어진다.
김씨는 우선 폭탄업체를 설립해 '바지사장'을 앉히고 실제 매입이 없는데도 1차 자료상에 매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이 자료상은 또 다른 자료상과 허위 매출·매입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아 부가세가 사실상 거의 나오지 않도록 소득액을 조작했다. 김씨는 이런 방식으로 5개 이상의 폭탄업체와 자료상을 거쳐 최종 업체에 은을 공급해 결국 부가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상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어주고 그 대가로 계산서 금액의 2∼3%를 수수료로 챙겼다. 폭탄업체는 2∼3개월간 매입 없이 매출 세금계산서만 계속 발행하다가 최종 업체로부터 거래 대금을 전부 송금받으면 부가세를 내지 않고 폐업했다. 이 업체에는 바지사장을 앉혔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이를 인지하더라도 처벌하기가 어려웠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없음으로 송치된 사건을 수사하던 중 한 인물이 여러 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다수 업체가 같은 컴퓨터를 이용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점이 수상해 전체적인 거래 흐름도를 작성한 결과 이 같은 조직적 범죄를 적발하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