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는 관치금융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는 간접 증거가 몇 개 있다.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공무원)와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 순으로 이어지는 금융 유관기관장 수직 인사가 그중 하나다. 최근 유관기관장 인사에서 이 같은 공식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 고위 임원 출신 A씨가 여신금융협회 부회장에 취임했다. 금감원 출신으로 앞서 부회장으로 재직했던 B씨가 농협은행 감사위원으로 이동하면서 물려받았다.
하루 앞서서는 금감원 고위직 출신 C씨가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역시 금감원 출신이던 D씨가 신한카드 감사로 이동하면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유관기관에서의 모·금피아 인사 공식은 일종의 불문율이 됐다. 금융사의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금감원 출신이 부회장을 맡고 그보다 상급 기관인 금융위(또는 기재부) 출신이 회장을 맡는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실제로 6개 금융 유관기관 중 이 같은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곳은 금융투자협회가 유일하다.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에서는 모피아 출신 회장, 금피아 출신 부회장 구도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금투협의 경우 회장은 민간 출신이지만 부회장은 모피아 출신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