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의사관철 수단이다. 개발시대에는 사회적 약자의 저항수단으로 비쳐 국민들의 관심과 동정을 받기도 했다. 한때 극심했던 우리 사회의 파업병은 민주화 진전, 경제발전과 함께 차츰 사그라지는 추세다. 정규직 근로자보다는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이 더 시급한 현안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전국철도노동조합이 9일 강행한 파업은 정당화될 수도 없거니와 시대착오적이다. 코레일은 보수와 복지수준, 직업안정성 측면에서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이다. 그런 곳에서 파업을 한다는 것은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소리를 듣기에 딱 알맞다. 수서발 KTX를 운영할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서는 것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 길 닦기라는 노조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툭하면 고장 나고 불친절한 철도 서비스를 생각하면 차라리 민영화를 통해 철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국민 또한 적지 않다. 17조원의 부채에 짓눌린 상황에서 임금 8%를 올려달라는 것도 국민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민간기업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철도파업은 어느덧 고질화했다. 2000년대 들어 이번이 무려 여덟번째다. 2009년엔 반나절 파업을 포함해 무려 네 차례나 실력행사로 국민의 발목을 잡았다. 국민의 발을 묶고 물류의 동맥경화를 초래하는 게 무슨 큰 세력과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는 착각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여론이 손가락질하는 파업은 오히려 더 큰 화를 자초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임을 노조는 명심해야 한다.
정부와 코레일이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곧바로 관련자의 직무정지와 함께 형사적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은 법과 원칙을 세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손해배상 청구도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후진적이고 퇴행적인 철도파업 병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