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서울 강남역. 서울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하수도를 뚫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어서 지역 주민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역 상습 침수 구간 개선을 위해 주변 고지대 가운데 하나인 교대역 쪽에서 고속터미널로 연결되는 하수도를 새로 뚫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지름 7m, 길이 900m의 관거(대형 하수도)를 땅 밑에 묻어 교대역 부근 빗물이 강남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반포천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으로 서초빗물펌프장 처리 능력 확대와 용허리공원 1만5,000톤 규모 저류조(빗물 저장시설) 신설이 함께 진행된다.

강남역 일대는 인근 논현동이나 역삼동ㆍ교대역보다 고도가 최대 17m 이상 낮다. 이 때문에 강남 지역에 비가 내리면 주변 고지대 빗물이 그대로 강남역 쪽으로 모여 적은 비에도 자주 물에 잠긴다.

서울시 방안대로 교대역에서 고속터미널 방향으로 하수도를 새로 뚫으면 강남역으로 몰리는 빗물을 나눌 수 있어 침수를 막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방법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서울시도 인정하듯 비가 많이 내려 한강과 반포천의 물 높이가 높아지면 하수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강남역 일대는 다시 물에 잠긴다.

강남역 일대 침수 문제를 완전히 없애는 방법은 빗물을 한강으로 직접 흘려 보내는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부터 지금까지 대안으로 이야기됐다. 다만 1,317억원에 달하는 공사비용과 유지관리의 어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권기욱 물관리정책관은 "하수도 신설안은 607억원 정도가 필요해 대심도보다 저렴하고 유지관리가 쉽다"며 "아직 최종 결정이 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확정 짓고 올해 안에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오전 열린 긴급회의에서 "재원에 한계가 있다. 도로가 일부 잠기는 것은 문제지만 양천ㆍ사당ㆍ신월동 등 주택가 침수를 막아 인명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부터 신경 써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하수도 신설안 쪽으로 방향을 틀자 대심도를 추진했던 서초구와 강남역 인근 주민은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서초구 관계자는 "강남역 일대는 유동인구가 100만명에 이르는 주요 지역인 만큼 돈이 들더라도 근본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지역주민은 "비가 올 때마다 물에 잠기는 강남역을 계속 봐야 하는 것니냐"고 반문했다.

강남역 일대는 지난 2001, 2010, 2011년에 이어 지난 15일에도 인근 도로의 빗물이 무릎까지 차오를 정도로 잠겨 차량과 보행자 통행에 불편이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