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오거스타내셔널GC(파72ㆍ7,290야드)는 정복하기 어려운 코스다. 그러나 최경주(33ㆍ슈페리어ㆍ테일러메이드)는 이 험한 코스를 이겨내며 한국인 최초의 마스터스 컷 통과를 넘어 사상 첫 메이저대회 톱10 진입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28ㆍ미국)는 컷 오프 위기를 간신히 넘긴 뒤 3라운드에서만 버디 6개를 잡아 우승 가시권까지 치솟는 놀라운 저력으로 대회 사상 첫 3연패 달성의 가능성을 높였다.
13일 새벽(현지시간 12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진행된 제6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600만달러ㆍ우승상금 108만달러) 3라운드에서 최경주는 중간합계 1오버파 217타로 공동11위를 기록했고 우즈는 합계 1언더파 215타로 공동5위까지 점프했다.
선두는 3라운드 합계 5언더파 211타를 친 제프 매거트(미국). 왼손잡이 마이크 위어(캐나다)가 3언더파 213타로 단독2위에 랭크됐고 비제이 싱(피지)과 데이비드 톰스(미국)가 각각 2언더파 214타로 공동3위를 이뤘다. 3라운드 합계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이들 외에 공동5위에 랭크된 우즈와 필 미켈슨,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까지 딱 7명 뿐이다.
우즈는 4오버파 공동42위로 1라운드를 마친 뒤 2라운드에서 1오버파로 부진, 공동43위로 물러났으나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몰아쳐 선두 매거트에 4타차로 따라 붙었다.
한편 최경주는 이날 속개된 잔여 6개 홀에서 1타를 줄여 2라운드를 3언더파 69타로 마쳐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인 중 처음으로 단일 라운드 언더파 및 60타대 스코어를 내는 등 첫 출전한 선수에게 기대하기 힘든 맹활약을 보였다. 3라운드로 접어 들어 핀 위치가 바뀌고 햇빛이 강렬해지면서 오거스타 특유의 `유리알 그린`이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서도 버디2개와 보기2개의 이븐파로 자리를 지켜냈다.
최 선수는 컷 통과가 결정돼 3라운드를 시작하면서 첫 홀부터 핀을 바로 노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으며 몇 개 홀에서는 아슬아슬하게 파 세이브를 해 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티샷 한 7번 아이언의 샤프트가 부러진 탓에 볼이 그린 앞에 뚝 떨어졌던 6번(파3ㆍ180야드)홀에서는 어프로치 샷도 짧아 심리적 압박감이 가장 크다는 1.5㎙의 파 퍼팅을 해야 했다. 8번홀(파5ㆍ570야드)에서는 벙커에서 친 세컨드 샷이 두껍게 맞아 100㎙밖에 가지 않는 바람에 3온에 실패, 30야드 거리에서 그린 끝에 꽂힌 핀을 향해 어프로치 샷을 해야만 했다. 이 홀에서 최 선수는 볼이 높이 떠올랐다가 핀 앞에 떨어져 바로 멈춰 서는 기술 샷을 구사, 갤러리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16번홀(파3ㆍ170야드)에서는 핀을 10㎙나 오버해 해저드쪽을 향해 내리막 퍼팅을 해야 했지만 홀 30㎝앞에 볼을 멈춰 서게 해 파 세이브했다.
최 선수는 이날 오거스타의 유리알 그린 위에서 단 한번도 3퍼팅을 하지는 않았지만 3~4차례 버디 기회를 놓치자 3라운드 직후 연습그린으로 직행, 10여분간 캐디 폴 푸스코와 함께 연습을 하는 등 상위권 진입의 의지를 드러냈다.
○…최경주는 이날 6번홀에서 티샷 후 티를 주우려고 방금 사용한 7번 아이언을 지팡이처럼 짚었다가 샤프트가 부러져 넘어질 뻔하기도. 라이 각을 조절한 뒤 호젤 부위가 벌어졌는데 연습 샷 때는 괜찮았다가 라운드 때 임팩트 충격이 가해지자 부러져 버린 것. 다행히 같은 스펙의 클럽이 있어 9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교체. 골프규칙에 따르면 고의가 아니라 플레이 도중 클럽이 부러지면 플레이를 지체하지 않는 한 교체할 수 있다.
○…우즈는 3라운드 후 대회 3연패의 가능성을 한껏 높였지만 사실 이날 오전 컷 오프 직전까지 가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전날 4오버파로 1라운드를 마쳐 프로데뷔 후 출전한 이 대회 최악의 1라운드 성적을 냈던 그는 곧 이어진 2라운드에서 10개홀 동안 2타를 줄여 2오버파까지 갔다. 그러나 이날 이어진 2라운드 잔여경기에서 다시 부진, 마지막 1개 홀을 남겨두고 컷 오프 기준인 5오버파까지 내려갔고 2라운드 최종 홀인 9번홀에서 티샷은 러프, 세컨 샷은 벙커에 볼을 빠뜨려 최대 위기를 맞은 것. 우즈는 벙커 샷으로 볼을 1㎙에 붙인 뒤 파 세이브, 간신히 3라운드에 진출했다. 이번이 102개 대회째 연속 컷 통과다.
○…오거스타내셔널GC가 12일 밝힌 올해 총상금은 600만달러. 지난해에 비해 40만 달러 많아졌다. 그러나 우승상금은 108만 달러로 지난해와 같다. 2위는 64만8,000달러, 내년 대회 자동 출전권을 받는 공동 16위는 10만2,000달러를 받게 된다.
○…`아멘코너는 청혼하기 가장 좋은 장소.` 데이비드 듀발의 여동생인 데위드라 듀발(26)이 아멘코너 마지막 홀인 13번홀에서 청혼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 데위드라의 남자 친구인 토드 갤리(28)가 11일 데이비드 듀발이 13번홀 티 샷을 마친 직후 진흙탕인 13번홀 페어웨이에 무릎을 꿇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넸다는 것. 갤리는 지난해 이 대회를 보러 왔다가 연못과 각종 색깔의 철쭉이 어우러진 아멘코너를 최상의 청혼장소라고 생각했다고.
○…올해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한 16명 중 11명이 3라운드에 진출, 이 부문 최고 기록을 냈다. 이번 대회 컷 기준은 5오버파로 모두 49명이 이 선을 통과했다.
○…최경주와 동반했던 존 롤린스는 지난해 최경주가 우승했던 컴팩클래식 마지막라운드에서도 동반했던 선수. 당시 최경주가 우승하는 동안 2위에서 8위까지 곤두박질 쳤던 그는 이날도 최 선수에 기세에 밀린 듯 8오버파로 크게 부진.
<오거스타내셔널GC(미국 조지아주)=김진영기자 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