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최근 동중국해에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중국해에 유사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경고했다.
마닐라를 방문 중인 케리 장관은 17일 앨버트 델 로사리오 필리핀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한 기자회견에서 “동중국해의 방공식별구역이 실제 이행되면 안된다”면서 “중국은 그 밖의 지역, 특히 남중국해에서 유사한 일방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최근 동중국해에 이어 남중국해에서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수 있음을 시사한 데 대해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마커칭 주 필리핀 중국대사는 최근 중국 정부가 동중국해와 마찬가지로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수 있는 주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케리 장관은 이날 델 로사리오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제기했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도, 수용하지도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아시아 중시정책을 천명한 오바마 미 행정부는 상호방위조약 상대국인 필리핀을 전초기지로 삼아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장관은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환태평양경제협정(TPP) 협상에 필리핀도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델 로사리오 장관은 지난달 초대형 태풍 하이옌이 중부지역을 강타한 직후 미군 병력을 파견해 현지 이재민들을 도와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미국은 레이테섬 일대에 태풍 피해가 발생한 지난 11월8일 직후 핵 항공모함 조지워싱턴과 해병 1,000명을 현지에 파견하고 2천만 달러를 긴급 지원하는 등 국제사회의 구호활동을 주도했다.
마닐라 도착에 앞서 케리 장관은 이날 베트남을 방문했다. 그는 베트남에 고속 초계정 5척 등 모두 1,8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하는 등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남아 국가들에 3,25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