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레이닝 스톤'

살다보면 어려운 일과 만나게 되지만 그것이 운명처럼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러니까 이런 푸념이 나오게 된다. 『삶이 힘들고 고단할 때, 마치 하늘에서 돌이 비처럼 쏟아지는 것같아. 오직 나에게만.』말많은 사람들은 삶이 고달프다고 되뇌이는 사람들에게 한 줌의 쌀이나 일할 자리를 주기보다는 『굳센 의지로 헤쳐나가라』는 식의 충고만 해댄다. 그들의 말은 입에서 새어나오는 담배연기처럼 아무 실속이 없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답답하다. 영화 「레이닝 스톤」의 주인공들은 영국 멘체스터 지방의 프롤레타리아들이다. 돈이 없다 보니 짜증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피붙이나 죽마고우들 그리고 가난한 연인에게까지 화살을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까짓것 한바탕 웃어제끼고 또는 술을 물처럼 마시다가 정신을 잠깐 놓아둘 수도 있는 일이다. 야간업소의 코미디언이었다가 실직한 밥에게는 큰 고민이 하나 있다. 딸의 성찬식에 입힐 드레스를 구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레이닝 스톤」은 밥이 딸의 옷값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을 담았다. 병든 양을 훔쳐 식당을 돌아다니며 고기를 팔기도 하고, 얄미운 보수당원의 기름진 잔디를 몰래 뜯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역부족. 할수없이 사채를 끌어들이는 밥. 독촉이 심한 빚쟁이와 다투다가 어쩌다가 사람이 죽는 일까지 벌어진다. 이때 찾아간 동네 목사에게서 돌아온 한마디. 『그런 놈은 죽어도 싸! 다 하느님의 뜻이라구.』 그렇다고 「레이닝 스톤」이 무슨 투사들의 노래를 담은 영화라는 애기는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일상. 그저 하루하루를 힙겹게 입에 풀칠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권태나 나른함과 만날수는 없는 일. 때문에 「레이닝 스톤」은 매우 경쾌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일상의 사연들이 깍지낀 손가락처럼 촘촘히 얽혀 있다. 감독은 「랜드 앤 프리덤」, 「칼라송」등 현실참여의 성격이 강한 작품을 만든 켄 로치. 주연배우들의 이력이 또한 흥미롭다. 주인공 밥을 연기한 브루스 존스는 원래 직업이 보일러공인데, 촬영이 끝나자 다시 노동자로 돌아갔다. 밥의 친구 토미 역을 맡은 릭키 톰린슨 역시 노동운동가로 시위를 하다 투옥된 경력도 있다. 17일 코아아트홀, 동숭시네마텍 개봉.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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