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방안이 당론과 충돌할 때에는 야당과 공동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만큼 실천모임의 금산분리 강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지만 과격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우려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와 당론과는 차이가 있어 일각에서는 경제이념과 노선갈등이 표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천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22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법안 제출 후 정책의총 토론을 거쳐 당론이 되면 가장 확실한 현실화 방안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국회 토론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 찬성표를 얻지 못한다면 국회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 같은 방안에 동조하는 야당 의원들과 함께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남 의원은 "지난해 소득세 신설 구간과 관련해 당론으로 만들지 못했는데 당의 30여명 의원들이 법안을 제출해 조금 수정된 형태의 당론으로 채택한 선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실천모임이 지향하는 금산분리 모델에 동조하는 당내 의원을 끌어들이면 충분히 당론으로 채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실천모임은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금산분리에 있다고 보고 있다. 금산분리 없이는 경제민주화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대기업 순환출자와 지배구조 개선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실천모임의 이번 방안은 당초 입장보다는 다소 물러선 것이다. 실천모임은 대기업의 2금융권 보유지분 제한을 추진했고 보험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계열사로 두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금융회사 소유권과 의결권을 제한해 금산분리 방화벽을 구축하겠다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당내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구상'이라는 반발과 비판이 거세지자 소유권은 그대로 인정하는 대신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금융계열 회사는 금융끼리 묶는 방안을 새로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내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얻기는 힘든 상황이다. 실제 박근혜 대선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 지배구조보다는 경제력 집중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를 손질하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기업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신 일감몰아주기, 단가인하, 비정규직 차별 등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와 경제력 집중 문제에 초점을 맞춰 경제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도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금산분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정책위의 한 핵심인사는 "실천모임의 구상은 아직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기업 지배구조를 뒤흔드는 모델은 야당의 경제민주화 구상보다 더 공격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천모임은 2금융권에 대해서도 대주주 자격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반론이 만만치 않다. 보험ㆍ증권ㆍ카드 등은 은행과 금융성격이 상이한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다.
실천모임은 당초 예상된 7개 법안보다 많은 10개의 법안을 제출하고 노동ㆍ조세ㆍ유통 등으로 경제민주화 적용영역을 확대해나갈 예정이어서 경제이념 갈등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금산분리를 포함한 경제민주화 방안이 정제되지 않은 채 쏟아지자 박근혜 후보는 10월 경제민주화 마스터플랜을 내놓기로 했다.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시켜 당론으로 경제민주화 방향과 내용을 결정 짓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