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은 IMF위기를 극복하고 취약한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하는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며 특히 다가오는 21세기는 지식, 정보, 기술에 기반을 둔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를 주도할 것입니다』벤처기업협회 이민화(47)회장은 『이를 위해 벤처기업에 대한 금융정책을 자율과 경쟁이라는 시장원리에 맡겨 반드시 융자에서 투자로 전환하고 기술담보, 주식옵션, 코스닥 활성화 등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李회장은 특히 『벤처기업은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과 풍부한 창의력을 갖고있는 한국인의 특성에 가장 잘 어울리며 따라서 그만큼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벤처 1세대로서 메디슨이란 벤처기업을 오늘날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것도 이같은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李회장은 우리나라 벤처기업 신화를 일군 장본인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때부터 벤처기업협회 설립과 사회적인 환경조성을 주도해 왔다. 李회장을 만나 벤처기업의 현실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었다.
-벤처기업이라는 용어자체가 생소하던 95년 벤처기업협회 설립을 주도하고 이후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에 힘써왔는데 협회설립 동기는.
▲85년 설립한 메디슨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늦게 출발한 후배 경영인에게 자문을 하는일이 많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벤처기업들이 공통적인 애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를 설립했습니다. 당시 돈이 생기는 일이 아닌데도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학교에 계신 교수분이나 정부관리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결국 벤처기업협회는 관·학·연 협력의 결과입니다.
-설립당시의 목표는 무엇이었습니까.
▲당시 벤처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낮았기 때문에 성공모델을 만드는게 필요했습니다. 『벤처기업하면 돈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자본과 노동집약적인 경제구조로는 더이상 경쟁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내 엔지니어들은 우수한 기술과 창의력이 있고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실제 국내벤처기업은 기술개발속도나 인건비 면에서 일본보다 5배 이상의 경쟁력을 갖고있고 메디슨만해도 일본의 도시바나 미국의 GE에 비해 10배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이란 말 그대로 모험기업입니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이 5%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다릅니다. 미국의 벤처기업은 대부분이 소프트웨어나 컨텐츠 등 순수지식산업입니다. 오직 1등만이 살아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벤처는 지식과 제조가 결합된 기업들입니다. 1등기업뿐 아니라 나머지 기업들도 공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국가정책이나 사회 분위기가 성공가능성이 낮은 벤처기업 위주로 펼쳐진다는 불만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가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중의 하나가 『부분의 불확실성이 전체의 확실성을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부분이 확실하면 전체는 부실해집니다. 구소련에서 망하는 기업은 없었습니다. 국가 정책상 어떻게 해서든 살려놓고 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구소련이라는 거대한 조직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역설적이지만 망하는 개별기업이 많이 생겨야 발전이 이루어집니다. 수없이 명멸하는 기업을 통해 국가전체가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망하는 기업이 많으면 고통받는 사람도 많아지는데.
▲개별기업이나 개인은 망할지 모르지만 벤처기업의 활성화로 사회전체의 부는 오히려 높아집니다. 벤처기업을 바라볼때는 전체의 기대값을 생각해야 합니다. 낮은 성과물을 목표로 100% 살아남아 100원을 벌수 있겠지만 더 높은 목표를 설정, 50%를 이루더라도 10만원을 벌 수 있다면 사회전체적으로 후자가 훨씬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현재의 정부 벤처정책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큰 흐름은 잘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몇 부분은 바뀌어져야 합니다. 문화적으로 수용하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주식옵션제를 들 수 있습니다. 주식옵션제가 없으면 벤처기업의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인재확보는 불가능합니다. 주식옵션은 코스닥과 더불어 벤처기업을 키우는 양대 자양분입니다. 이것은 대기업 전문경영인의 고액연봉과 뚜렷이 구별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주식옵션에 대해 손비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마치 능력에 따라 다르게 지급되는 연봉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심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코스닥 등록업체의 유무상증자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벤처기업이 기술력만 가지고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외에도 경영능력, 판로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한사람이 모든 능력을 것을 다 갖추기는 힘듭니다. 부족한 부분은 전문가를 영입해 채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옵션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입니다.
-정부는 벤처기업자금을 융자방식에서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벤처기업은 절대 지원해서는 안됩니다. 현재 벤처기업이라고 해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는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기술력이 우수하나 자본부족으로 애로를 겪는 벤처기업에 대해 저리로 융자하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알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제도가 있을뿐입니다. 벤처기업은 리스크가 일반기업에 대해 매우 큽니다. 리스크가 크면 오히려 금리를 많이 받아야지요.
-그렇다면 벤처지원제도가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까.
▲벤처지원제도의 핵심은 시장환경 조성에 있다고 봅니다. 정부의 역할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벤처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인프라구축을 하는것에 그쳐야 합니다. 지원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면 실패합니다. 이것은 미국과 일본은 뚜렷이 구별됩니다. 일본은 정부가 벤처기업에 투자하라고 독려했지만 돈은 엉뚱한데로 몰렸습니다. 돈은 돈이 벌리는 곳으로 가게 마련입니다. 벤처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벤처기업에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벌면 정부의 지원없이도 그쪽으로 돈이 몰리게 돼있습니다.
-최근 벤처기업이나 코스닥시장과 관련해 여러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아무 문제없는 사회는 없습니다. 사기꾼이 없다면 자본주의 사회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이를 의식해 섣부르게 제도적으로 해결하려하는 것은 「소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시장흐름에 맡겨두는게 가장 좋습니다.
-정부에서는 2005년까지 벤처기업을 4만개까지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업문제 해결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벤처기업 육성이 실업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까.
-미국의 경우 양산되는 실업자의 대부분을 벤처기업이 흡수했습니다. 한국은 단기적으로는 실업대책이 절대 되지 못할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협회 설립당시와 비교할때 사회적 경제적 환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에 맞춰 협회의 역할과 위상도 달라져야 할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협회는 벤처기업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사회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는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는 실험실 창업운동은 이러한 노력의 하나입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입니다. 코스닥 시장은 많이 활성화됐습니다. 그러나 코스닥에 이르기 전의 벤처기업의 생명력을 살리기 위한 작업의 하나로 M&A시장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M&A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벤처기업가로서 후배기업가나 벤처기업 지망생에게 하고싶은 말은.
▲목표를 세워서 도전하는것이 중요합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기가 모든것을 다 가진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나스닥 상장업체의 경우 창업자 지분은 5%에도 못미치고 있는 반면 코스닥의 경우에는 50%를 넘어섭니다. 사진=김동호기자
崔英圭산업부차장YKCHOI@SED.CO.KR
정리=정맹호기자MHJE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