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발생한 금리폭등 현상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안정적인 금융지표가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기 때문이다.금리인하는 올해 경제운용에서 정부의 핵심적인 정책수단이다. 금리인하에 따른 주가 상승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겠다는게 정부와 IMF의 복안이다. 그러나 이날 금리폭등으로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정부의 공언이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금리인하 정책이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로 채권형 상품에 몰렸던 자금이 빠져나와 단기부동화되고 이과정에서 금융부실이 재연될 가능성 등 부작용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정책이 먹히지 않는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금리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재경부 고위당국자가 4~5%선까지 시중실세금리를 낮추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었다. IMF도 같은 입장이다. 정부와 IMF의 이같은 입장은 금융기관간 1일물 콜금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1일물 콜금리는 1월2일 6.47%에서 지난 20일 6.23%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금리인하에 다소 미온적 입장인 한국은행이 IMF의 요청에 따라 금융기관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 3년물은 지난 9일과 11일 바닥을 찍고 반등세로 돌아섰다. 21일에는 오전 한때 국고채수익율이 전일보다 무려 0.55%포인트 높은 7.2%까지 폭등했다. 3년만기 회사채도 전일 8.0%에서 한때 8.5%로 0.5%포인트나 폭등했다.
금리가 폭등하자 내놓았던 채권 물량을 거둬들여 시장은 일단 소강상태다.
◇금리 왜 폭등했나= 기존의 저금리가 경제여건을 도외시한 거품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경기와 대외여건을 볼 때 기존의 저금리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경기상황 등을 볼 때 금리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지난 9일 국고채수익율이 바닥을 친뒤 금리추이를 관찰하던 기관투자가들이 금리가 상승국면으로 반전했다는 판단을 내려 시장에 장기채 물량을 쏟아붓는 바람에 21일 금리급등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금융기관 부실문제가 현실로 닥치면서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도 금리 상승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앞뒤가 맞지않는 정책기조가 금리급등이란 시장왜곡 현상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금리를 4~5%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해서 기관들이 금리하락을 예상하고 장기채를 매입했는데 최근에는 당국자들이 올해 성장율을 최고 4~5%까지 예상하는 바람에 서둘러 채권매각에 나서 금리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금리 추이는= 금융계는 금리인하를 위해 통화당국이 지속적으로 돈을 풀더라도 단기금리만 내려갈 뿐 장기금리는 하락하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실질금리는 적어도 물가상승율과 실질성장율을 더한 수준이 돼야하는데 올해의 경우 실질금리가 7%수준으로 전망되고 내년이후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3년이상 장기채를 낮은 금리로 보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과 브라질·러시아의 경제위기 지속 가능성 등이 어떤 식으로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줄 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금리로 장기채를 보유하기는 어렵다고 인식이 팽배한 실정이다.
이같은 전후상황을 고려할 때 금융계 관계자들은 금리의 추가상승 가능성이 하락 가능성보다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 상승의 파급 효과= 부정적인 효과와 긍정적인 효과가 병존하므로 정책적으로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부정적인 효과로는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과 일부 금융기관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계는 투신권의 자금이 이탈돼 채권수요 감소와 금리상승의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 이 과정에서 일부 투신사들의 경영난을 우려하고 있다. 또 금리하락으로 나타났던 증시의 금융장세가 종막을 고함에 따라 기업들의 금융비용 증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재촉하는 긍정적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
기업들은 금리하락과 주가상승으로 금융비용이 절감되고 유상증자를 통해 쉽게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되자 경쟁력없는 비주력계열사의 처분이나 과잉시설 처분 등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있는 상황이다.
금리등 금융지표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하면서 앞으로 기업들은 가변적인 금융시장 지표에 지나치게 의지하지 말고 구조조정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갸야 한다는 당위성을 다시 확인케 된 셈이다. 【최창환·안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