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취득세 인하 조치가 끝나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위반해 대출해준 사례가 금융권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처음에는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같은 2금융권에서 주로 있었지만 최근에는 시중은행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고, 감독당국으로부터 무더기로 적발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위험 주택담보대출이 금융감독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다는 뜻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금융권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징표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종합검사에서 신한은행이 LTV를 초과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은행 230개 영업점에서 401명의 대출자에게 주택담보대출 403건(281억7,100만원)을 해주면서 LTV를 0.6%포인트~25.7%포인트나 넘겨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취급시 LTV를 40~60%로 해야 함에도 이를 초과했다. 임차보증금을 넣지 않거나 LTV 계산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
문제는 신한 뿐만 아니라 상당 수 시중은행에 이런 일이 퍼져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한만의 문제는 아니고 다른 은행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은행도 검사 때 이 부분을 들여다 볼 것"이라고 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LTV 한도인 60%를 초과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52조9,000억원이다. 경매에 넘겨도 원금을 찾기 힘든 '깡통주택' 수준인 LTV 70% 초과는 11조4,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은행권의 LTV 위규 대출금액을 더하면 실제 위험 대출은 더 늘어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2금융권에서 더하다. 올 들어서만 삼성ㆍ스타ㆍ인성ㆍ우리금융ㆍ키움ㆍ부산고려ㆍ토마토2(현 예솔)ㆍ세종저축은행이 LTV를 넘겨 대출했다가 적발됐다. 대출규모는 52억~152억원에 달한다. 농업협동조합이나 신협 같은 상호금융권에서도 LTV나 감정평가액을 넘겨 돈을 빌려줬다가 덜미가 잡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2금융권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까지 LTV 초과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같은 명확한 판단근거가 있는 아파트대출은 그나마 낫지만 일반주택의 경우 LTV가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감정평가액이나 거래가 등을 참고로 하도록 돼 있고 가급적 1년마다 재평가하는 게 원칙이지만 현장에서 이것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시중은행은 분기별로 국민은행 시세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돼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 그나마 시세가 제때 업데이트될 수 있지만 일반주택은 그렇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중은행 지점에서 LTV를 산출하면서 실수나 고의로 부풀려서 대출하면 이를 잡아내기는 힘들다. 신한은행의 사례도 임차보증금이 있으면 대출금이 그만큼 줄어야 하는데 보증금을 빼고 계산하는 식으로 LTV 계산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많았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부실대출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시중은행은 내부감사 등이 잘 되지만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은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이다. 상호금융권만 해도 아파트와 관련해 국민은행 시세와 연동하는 작업을 이제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아파트는 국민은행 시세와 연동해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면서도 "상호금융권은 아파트대출이 적고 대부분이 일반주택이어서 이 부분이 문제"라고 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저축은행이나 농업협동조합ㆍ신용협동조합 같은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85조3,010억원에 이른다.
감독당국은 전체적으로는 대규모 부실로 이어지는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주택담보대출의 LTV 초과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LTV를 초과해 대출을 갖고 있는 하우스푸어나 실제 하우스푸어이면서 숨어 있는 이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금융권의 LTV 준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5월 말 현재 0.93%(은행 기준)이며 ▦2010년 0.52% ▦2011년 0.61% ▦2012년 0.74% 등으로 상승해왔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실수든 고의든 실제보다 LTV를 초과한 대출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며 "시중은행에서도 이런 사례가 나올 정도인 만큼 제대로 전 금융권의 상황을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