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깨지면 신뢰가 무너진다.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은 것도 선거 때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정치판의 그런 모습이 프로야구에도 나타나고 있다. 통합 창원시가 결국 프로야구 9구단인 NC 다이노스와 지역주민, 야구팬들의 바람을 저버리는 결정을 내렸다. NC의 신축구장은 당초 약속했던 ‘마산’이 아닌 ‘진해’로 확정됐다. 더욱이 통합창원시가 확정한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는 전문가들의 외부평가에서 인구-교통 등에서 낙제점(34개 중 11위)을 받은 곳이다. 실제로 진해시 인구는 약 18만여 명으로 창원(약 50만명), 마산(약 40만명)에 비해 훨씬 적고 군사도시였던 탓에 교통 인프라도 열악하다. 옛 육군대학 부지의 소유권도 해군에 가지고 있다. 야구계에서는 “신축구장 부지로 마산종합운동장을 원했던 NC의 입장은 철저하게 무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합창원시가 내부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신축구장 부지를 진해로 밀어붙였다는 해석도 있다. 창원-마산-진해가 통합된 통합창원시가 시청 신청사는 창원, 경남도청사는 마산에 신축할 예정인데 진해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신축야구장을 진해에 배려했다는 얘기다.
◇당혹스러운 NC…“일단 마산구장에서 경기하겠다”= 날벼락을 맞은 NC는 창원시의 결정에 감정적으로 맞대응을 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
NC는 다만 “이번 결정은 대다수 시민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강요하고 결정과정에서 (시민들이)배제된 것이기에 구단으로서는 수용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또 “NC는 창원 시민들의 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시민들로부터 평가 받기 위해 지난 2년간의 땀이 베인 마산야구장에서 야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NC내부에서는 창원시가 결정한 ‘진해’를 신축구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NC는 “2년 전 최적의 부지를 선정하겠다는 창원시의 약속을 믿고 결정을 기대하고 있었다”며 “진해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결정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연고지 변경, “지자체와 손 잡으면 가능”= NC의 신축구장 부지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야구계에서는 연고지 이전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NC가 전북으로 연고지를 옮기는 데는 행정적인 걸림돌이나 까다로운 절차도 전혀 없다. 야구규약 제23조에 따르면 ‘기존 보호지역을 제외한 지역으로 보호 지역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총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존 구단과의 논의와 총회를 거칠 필요가 없이 총재 직권으로 연고지 변경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2009년 2월9일 개정된 규약이다.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창원시는 지금 누가 갑이고 을인지 착각하는 것 같다. NC가 연고지를 변경하는 건 지자체와 손만 잡으면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다” 말했다. NC가 연고지를 포기하는 강수를 둘 경우 연고지 변경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NC가 통합 창원 연고지를 포기할 경우 수원과 함께 10구단 유치를 희망했던 전북이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예의주시하고는 있는데, 섣불리 나설 수는 없다”면서 “NC가 연고지 이전 관련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때는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