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57> 동묘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은 조선과 일본, 그리고 중국(명)이 모두 참전한 동아시아의 국제전쟁이었다. 조선과 일본이야 전쟁 당사자니까 별문제로 하더라도 명나라의 참전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다. 현재 중국이 부르는 임진왜란의 공식 명칭은 '항왜원조(抗倭援朝)'다. 즉 도와줬으니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시혜적 의미를 깔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명나라가 자기 방어를 위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당연해 개입해야 했던 전쟁으로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 간과한 것은 중국 일반 병사들의 고통이다. 명 왕조의 입장이야 어떻든 일반 병사들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라에 와서 싸우다 죽어갔다. 한국 역사학계에서는 명군이 조선 백성에게 가한 만행을 주로 말하지만 병사 개개인의 고통도 만만찮았을 것이다.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금의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동묘(정식 명칭은 동관왕묘·東關王廟)가 세워졌다. 동묘에서 모시는 것은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로,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신앙 대상이다. 지금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꼭 방문하는 장소라고 한다. 사진은 동묘의 정전에 안치된 관우의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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