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지막 노른자위 놓고 5조 '전의 전쟁'

■ 한전 삼성동 부지 최고가 경쟁입찰 매각
마지막 강남 노른자위 확보 쟁탈전
GBC건립 꿈꾸는 현대차 매입 사활
삼성도 초대형 복합단지 개발 눈독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한국전력 삼성동 본사 부지를 놓고 '전(錢)의 전쟁'이 시작됐다. 한전 부지는 국내 재계 순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호시탐탐 노려왔던 곳이어서 자존심을 건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더욱이 입찰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은데다 최고가를 써낸 곳이 부지의 새 주인이 되도록 하는 일반 경쟁입찰로 매각하기로 해 외국계 등이 참여할 경우 가격은 예상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전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7만9,342㎡의 매각방안을 확정했다.

◇입찰자격 제한 없는 최고가 낙찰제…수익성·투명성 모두 노려=매각방식은 시장 가치를 반영한 최고가 일반경쟁으로 정했다. 자격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특혜시비를 차단하고 입찰경쟁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다. 부지의 미래가치를 토지가격에 반영하고 일반 경쟁입찰을 통해 매수자를 정해 수익성과 투명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석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헐값 매각 논란을 해소하고 부채를 감축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입찰참가 자격과 감정평가 결과 등은 오는 8월 입찰공고 때 밝힐 예정이다.

매각조건 등을 감안할 때 매각가격은 최소 5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부지의 지난해 말 장부가액은 2조73억원이지만 시세는 3조∼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개발부담금까지 산정할 경우 5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매각시한은 계획보다 앞당겨 연내 마무리할 방침이다. 법정 매각시한(2015년 11월)보다 약 11개월 정도 앞당겼다. 한전 관계자는 "공공기관 부채감축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고 서울시 공공개발의 원활한 추진에 기여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한전 본사 부지를 포함해 COEX∼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마이스(MICE, 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스포츠·문화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현대차그룹, 부지 땅은 누구 품으로=탁월한 입지요건을 갖춰 한전 부지 인수전은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뜨거웠다. 국내 기업과 자본은 물론 외국계 자본까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입찰준비에 나서고 있다. 여기다 국내 대표 기업인 현대차가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몸을 낮추고 있는 삼성그룹과 2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선공은 현대차가 날렸다. 현대차는 이날 부지 인수에 나서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모든 계열사를 동원해 한전 부지를 사야 하는 당위성을 알리며 총력 태세에 들어가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까지 한전 부지에 한국판 '아우토슈타트'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에다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계열사를 한데 모으고 호텔과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만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구상이다.

삼성그룹은 현대차그룹과 달리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미 한전 부지와 인접한 한국감정원 부지는 물론 그 일대를 매입해놓은 상황이어서 언제든지 뛰어들 준비가 돼 있다. 2009년에는 삼성물산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내놓은 적도 있다. 당시 강남구에 제출한 사업제안서에는 한전 부지와 서울의료원·한국감정원 부지에 114층과 75층, 50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 3채와 호텔·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연면적 94만4,757㎡ 크기의 초대형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이 담겼다.

외국 기업 가운데 중국의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녹지그룹, 미국의 세계적인 카지노그룹 라스베이거스샌즈가 한전 부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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