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실명제 총지휘 김용진 전 재무부 세제실장

◎“실명제보완,시대요구에 역행”/강 부총리 82년엔 실시주장,이제는 “망가뜨리기” 이해안돼지난 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실무작업을 총지휘한 김용진 전과기처장관(당시 재무부세제실장)은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밝힌 실명제 보완검토 방침에 대해 『금융실명제의 보완이 아니고 실명제를 하지말자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전장관은 7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하자금의 양성화를 위해 실명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지하자금의 개념부터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안방 금고속에 묻혀있는 현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은 설사 수표라 하더라도 어떤 형식이든 일단 금융기관에 예치된 자금이다. 이처럼 금융기관에 예치된 자금은 비실명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제도권 금융기관을 거쳐 거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해 무기명채권 등의 발행을 검토한다는 것은 전혀 논리에도 맞지않는 얘기라는게 김전장관의 주장이다. 무기명채권 자체도 현재 금융기관에 파묻혀 있는 지하자금과 하나도 다를게 없는 지하자금인데 어떤 의미에서 양성화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부 개인 장롱속에 쳐박혀있는 현금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 규모는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게 김전장관의 분석이다. 김전장관은 『금융실명제의 귀결은 금융소득종합과세』라며 『실명제를 제대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오히려 더 낮춰야 할 판국인데 종합과세를 회피할 수 있는 장기저리채권과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든데 이어 기준금액 상향조정, 무기명채권 발행 등을 검토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실명제 실시직후에 분리과세 대상 장기채권을 5∼10년짜리에서 4∼8년짜리로 단축했을때부터 실명제의 정착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 『오는 5월 첫 실시될 금융소득 종합과세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를 더 보완하려다가 자칫 경제를 망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차명거래에 대해서도 금융기관 직원에게 (실명여부의) 실질심사권을 주지않으면 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사후적인 규제책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낮추고 이를 2∼3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 실명제가 정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제전문가인 김전장관은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세율에 대해 경기상황과 재정여건 등을 감안한 조세정책의 일환으로 언제든지 인상 또는 인하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가급적 과세대상을 예외없도록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실명제가 비리와 부정을 밝혀내는 사정목적에 치우쳤다는 강부총리의 주장에 대해 『현행 금융실명제가 82년 당시보다 더 비밀보장조항을 강화했다』고 반박했다. 김전장관은 실명제 실시당시 비밀보장조항을 대폭 강화한데 대해 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이 실명제 실무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김전장관은 『지난 82년에 실명제 실시를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섰던 강부총리가 이제 와서 어떤 이유때문에 실명제 망가뜨리기에 앞장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조세정의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만 실명제의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전장관은 93년 8월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할 당시 재무부 세제실장으로 실무작업을 총지휘한 초대 실명제실시단장이었고 이후 재무부차관으로 승진, 실명제 실시과정에서 나타나는 제반 문제를 논의하는 금융실명제 실시 중앙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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