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0억달러 규모로 추진하는 수출입금융지원 방안이 까다로운 신청조건 때문에 실질적인 지원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은행의 수출환어음 매입을 지원하면서 ▦중소기업 전용 ▦건당 2만달러 이상 ▦만기 1~6개월 등의 조건을 내거는 동시에 은행의 지원실적을 매주 평가해 증가한 경우에 한해서만 지원하기로 했다. 한은은 또 ▦건별상환 원칙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받은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등의 조건도 제시했다. 한은은 지난 19일 시중은행 관계자들에게 해당 내용을 설명한 후 다음주부터 지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중소기업의 수출환어음을 담보로 제공하는 은행에 수출환어음 규모에 해당하는 외화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한은이 제시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워 수출입금융 지원 방침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한은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금액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중소기업의 수출실적이 감소함에 따라 환어음 매입 규모도 줄어드는데 ‘늘어난 경우에만 지원한다’고 하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은행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8일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으며 중소기업 수출액도 큰 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라 세계적으로 실물경제가 침체되면서 수출은 상당 기간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건별 상환하면 은행들 입장으로서는 자금흐름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진다. 또 은행들은 대부분 이미 지난달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중소기업용 수출환어음 매입 자금을 지원 받았다. 따라서 중소기업으로 대상을 한정한 이번 자금을 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은의 수출입금융 지원은 절차 자체가 간단하지 않고 조건도 까다로워 사실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대기업용이라면 절차가 복잡해도 지원할 생각이 있지만 현상황에서는 지원조건을 맞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