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1월8일] 세제개혁, 기업 살리기로부터 출발해야

지난해 12월12일 ‘2008년 세제개편안’이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했다.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자들이 ‘감세를 통한 투자촉진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기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가 단순히 문제를 보완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종부세는 투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업 부담 완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했어야 했다. 세금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통제한다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발상과 상위 2% 계층을 때려 국민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도입된 종부세는 애초부터 잘못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부세 도입 이후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상승한 반면 기업의 부담만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적 목적을 가진 개인에 대한 징벌적 차원에서 여론몰이를 했을 뿐 기업이 업무상 보유하게 되는 공장이나 건물 등에 대한 세밀한 고려는 전혀 없었던 탓이다. 상속세도 마찬가지다. 애초부터 상속세 개편의 초점을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할증과세의 폐지 또는 완화에 뒀어야 했다. 현행 우리 세제하에서는 가업을 상속하는 경우 50%에 달하는 상속세율에 경영권의 30%를 다시 할증하는 징벌적 과세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결국 가업을 상속하는 경우 기업평가액의 65%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만 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합법적인 경영권 상속이 불가능하며 각종 탈법과 비리를 양산할 뿐이다. 선진국의 경우 기업에 대한 세제를 설계할 때 고용의 유지 및 창출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초 투자 이후 3년간 과세를 면제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하며 상속세 역시 이러한 틀 속에서 접근하고 있다. 상속받은 기업을 일정기간 유지하면 상속세를 면제해주는 것은 물론 아예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제를 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속받은 기업을 처분하지 않으면 과세하지 않는 자본이득과세는 ‘기업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면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 반면 우리 상속세제는 경영권에 대한 할증과세를 통해 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정부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나마 성과를 거둔 것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제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 살리기’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중심축을 잘 견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어려워진 경제상황 속에서 기업환경을 우선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일자리 창출은 요원해지고 국민들이 겪어야 하는 침체의 기간 역시 더욱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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