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춤추고 널뛰는 환율과 주가도 어지럽지만 실물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지난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의 악몽을 걱정하는 수준이 됐다. 그만큼 긴박하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주 말 G20 이후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들은 무제한 달러 공급 등 고강도 구제금융책을 내놓았다.
국제공조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요국의 증시가 이번주 초 다시 급등했고 국민들은 롤러코스터를 또 한번 타야했다. 이 와중에 금융위원회가 13일 국내외 기업과 연기금 사모투자펀드(PEF) 등이 은행지분을 소유하는 한도를 확대하는 이른바 금산분리 완화정책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금산분리문제는 3월 금융위의 청와대 업무보고 때부터 예고됐던 정책으로 그동안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이 있어왔다. 앞으로 법제처 심사도 거치고 국회 내에서 논의가 전개될 예정인 가운데 분명히 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금산분리 완화 반대논리 중 하나인 전세계가 금산분리 강화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 세계은행이 각국 금융제도를 조사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금산분리가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경우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에 제한 없는 경우가 52%, 사전승인 혹은 허가를 받는 경우가 20%로 두 경우를 합해 72%의 OECD국가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최근 유럽은 금산결합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복합금융그룹의 감독 개선 과정에서 자산 및 자본 규제에 대한 금융권역 간 규제감독 수렴,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추세다.
또한 산업자본에 대한 은행지분 소유한도가 4%에서 10%로 대폭 확대된다고 하는데 이미 10%로 확대돼 있었고 다만 의결권을 4%까지 제한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은행권 소유한도는 1961년 재벌이 소유한 시중은행 지분을 일부 환수하고 ‘금융기관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제정해 대주주 의결권을 10%로 제한하면서 시작됐다.
1983년 1월 시행된 개정‘은행법’에서는 동일인 은행주식소유한도를 8%로 했고 1994년에는 4%로 인하하는 대신 금융전업기업가에 대해서는 소유한도를 12%로 늘리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외국인과 역차별을 막기 위해 이를 4%에서 10%로 확대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은행소유한도는 변화를 거듭했으며 이번 조치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왜 현 시점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시행해야 하는가이다. 이미 미국발 금융위기는 진행형이며 수습단계를 밟고 있다. 많은 것이 불투명하지만 이 상황이 지나면 급격한 환경변화가 있을 것이다. 위기타령보다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이미 일본은 발 빠르게 움직여 공격적으로 해외 금융사에 대해 투자를 하고 있다. 미쓰비시UFJ그룹(MUFG)의 모건스탠리 지분 인수, 노무라홀딩스의 리먼브러더스의 미국 법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망 인수가 그것이다.
앞으로 수년간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시대는 지속될 것이며 국부펀드와 사모투자펀드의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역할이 줄어들지도 않을 것이다. 금산분리 완화에 따르는 사금고화 우려, 이익상충 가능성, 공정경쟁 및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저해 등의 문제점은 금산분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산업 발전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 차원에서 상시적으로 개선 보완해나가야 할 문제다.
이번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위기를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민영화된 세계적인 금융회사를 만들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위기에 움츠러들 것이 아니고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우리의 금융산업을 키우는 문제를 아울러 고민하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산분리 완화는 지금이 적절한 시점이다. 비올 때 우산을 빼앗아가는 은행에 대해 자제해 달라는 대통령 당부가 있었지만 비올 때 우산을 마련해 두는 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