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입국 다시 불 지피자] <1> 국과위로는 부족하다

부처 파워게임서 생존 의문…부총리급 과기부 부활시켜야
R&D 예산 배분조정 범위 애매 부처간 협력 이끌어내기엔 한계
국과위 내년돼야 권한행사 가능 정권 바뀌면 조직개편 배제못해
"정책 조정기능·법안제출권 가진 힘있는 컨트롤타워 신설 필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출범 예정인 국과위를 바라보는 과학기술계의 시선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비상설 대통령자문기구에 불과했던 국과위가 상설 행정위원회로 격상돼 국가과학기술정책을 기획ㆍ조정하고 흩어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배분ㆍ조정 권한을 가짐으로써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기대만큼이나 과연 국과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기획재정부ㆍ교육과학기술부ㆍ지식경제부 등 이른바 '힘 있는' 부처들의 이견을 극복하고 실질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과학기술인들은 고개를 젓는다. 민경찬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상임대표(연세대 교수)는 "국과위 상설화는 민간협의회 등 많은 전문가들의 협의를 거쳐 마련된 것인 만큼 방향은 맞다"면서도 "부처 간 협력이 가장 중요한데 R&D 예산 배분조정 범위가 애매하고 출연연구기관 거버넌스 문제가 정리가 안돼 있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위원장이 장관급인 국과위의 '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일각에서는 여전히 '과학기술부 부활'을 주장한다. 그것도 부총리급으로. 아예 처음부터 부처의 최상위 조직으로 조율권을 주자는 얘기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재오 특임장관 정도로 현 정부 내에서 힘이 있는 사람이 온다면 모를까, 국과위가 자칫 힘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이름만 거창한 위원회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국과위는 이미 R&D 투자 규모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의 과학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과위, 파워게임에서 생존할까=지난해 10월 상설 행정위원회로 격상된 국과위는 과학기술 분야 최상위 계획인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각 부처들은 국과위의 기본계획을 토대로 소관 분야 시행계획을 마련해 다시 국과위에서 조정한다. 이렇게 수립된 전략에 따라 국과위에서 R&D 예산 배분ㆍ조정을 수행하며 그 결과를 평가하고 주기적으로 성과를 관리한다. 임무와 권한면에서 국과위는 분명 국가과학기술 전략과 예산 집행을 두 손에 거머쥔 '권력기관'으로 비친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에서는 국과위가 과연 부처 간의 파워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다. 국과위 상설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과학기술기본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지만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각 부처의 기본계획을 어느 범위까지 포괄할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넣지 않은데다 R&D 사업 예산의 배분ㆍ조정 범위를 국방ㆍ인문R&Dㆍ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모든 국책사업'으로 명시해 사업 범위와 예산 조정 규모를 둘러싼 정부 내 갈등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국과위와 재정부는 예산 조정 범위를 놓고 지금도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공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과위의 기본 임무는 각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는 일"이라면서 "행정위원회인 국과위가 이른바 '파워 부처'를 상대로 권한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민간 전문가를 위원장(장관급) 및 상임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국과위가 관련 부처의 R&D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정ㆍ지원하도록 하고 법 시행령에서 국과위의 예산 배분조정 범위를 최대 75%까지로 명기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입장이다. 김창경 교과부 제2차관은 "대통령이 과학기술 분야 육성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진 만큼 부처 간 협력도 잘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과위, 오는 2012년이나 제 기능=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 국과위가 상반기 출범한다해도 국과위의 실질적인 기능은 일러야 2012년이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도 기본계획이 올해 3월부터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 6월께에 대부분 확정되는 만큼 2013년도 계획부터 국과위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2012년 말의 대통령 선거. 정부가 바뀔 경우 국과위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정부 조직 개편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민 대표는 "정권이 바뀌어도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유지는 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국과위가 올해와 내년에 전 부처의 정책을 통합ㆍ조정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는 등 먼저 존재의 이유를 분명히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과위와 과기부는 다르다=국과위의 상설화가 사실상 옛 과기부의 부활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국과위와 과기부는 분명한 차이를 가지는 조직이다.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국과위가 융합되는 과학기술의 조율자라면 과기부는 과학진흥을 위한 실무조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기부 부활에 대해서는 과학기술계의 입장이 나뉜다. 찬성하는 쪽은 국과위가 강화된다고 해도 조직 구성원이나 규모 등이 부족하고, 예산의 배분ㆍ조정권을 갖는다 해도 편성권이 재정부에 있는 상황에서는 '땜질식 임시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막판에 쫓긴 졸속 개편은 말로만 향후 50년 비전이지 실제로는 5년도 못 내다본 것"이라며 "반쪽짜리 개편이 진행되면 다음 대선 공약 때 다시 과학 개혁안이 나올 것이고 또 불안한 5년을 보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무적인 접근에서도 과기부 부활을 주장하기도 한다. 교과부의 과학기술 파트 인력이 대거 국과위로 옮겨가게 됨에 따라 교과부의 과학기술 정책 집행기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정부정책 조정기능도, 법안제출권도 없는 절름발이 위원회는 성공할 수 없다"며 "과학기술정책은 단순히 R&D 예산의 배분, 집행이 아니라 과학기술인력 육성, 과학기술문화 창달ㆍ보급, 과학기술 교류협력 등 과학기술 행정은 다른 부처의 행정과 연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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