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테일리스크 글로벌경제 덮치나] 내전 악화땐 유가 120달러까지 치솟아… 금융시장 요동칠 듯

반군 송유관 테러 감행하면 원유 400만배럴 공급 부족
투자자 위험회피 심리 확산
글로벌자금 안전자산 이동땐 신흥시장 가장 큰 충격 예상

"이라크라는 지정학적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 지금 당장 주식을 팔고 현금을 깔고 앉아라."(CNBC의 투자 전문가인 짐 크레이머)

글로벌 시장은 이라크 내전이라는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변수에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물론 이라크 반군이 원유 생산량이 적은 북부만 장악하고 있어 국제 원유 가격이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내전이 악화될 경우 국제 원유 가격이 최소한 10% 이상 오르면서 글로벌 경제도 폭풍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도 속출하고 있다.

◇"유가 120달러까지 간다"=극단주의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는 현재 이라크 제2도시인 모술을 점령한 데 이어 12일(현지시간)에는 수도 바그다드에서 불과 60㎞ 떨어진 북동부의 디얄라주 일부도 점령한 상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운데 산유국 2위로 하루 원유 생산량이 330만배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북부 지역 비중은 60만배럴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은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얘기다. 문제는 내전 사태가 이라크 주요 유전과 원유 수송로가 몰려 있는 남부로 확대될 경우다. 실제 ISIL은 바그다드로의 진군을 공언하고 있다.

IHS의 대니얼 예르긴 부회장은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정부가 북부를 쉽게 포기하는 등 실책을 거듭하면서 거대한 지정학적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내전이 남부로 확전되면 국제 원유시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군이 남부를 장악하지 못하더라도 송유관 테러 등이 빈발하면서 원유 공급의 길이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제유가가 순식간에 배럴당 120달러 수준으로 튀어 오를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콜롬비아·멕시코·남수단 등의 다른 지역도 분쟁을 겪고 있어 원유 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OPEC 역시 이라크 사태 악화에 대비해 생산량을 늘리라는 원유 수입국들의 요구를 일축한 상황이다.

립포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립포는 "사태가 남부 지역으로 확대되면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지펀드인 오펜하이머의 파델 게이트 에너지 애널리스트도 "리비아·나이지리아 등에서 이미 원유 수출 차질을 빚고 있어 이라크가 원유 수출을 중단하면 전세계적으로 400만배럴의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유가가 지금보다 배럴당 10~15달러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침체 늪 빠지나=이 같은 유가 급등은 소비 침체, 기업 실적 하락 등으로 이어져 이제 막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각국 경제도 직격탄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부회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라크 사태의 여파로 원유 가격이 지난 걸프전쟁 수준으로 급등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몇몇 지역의 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다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컨버그EX그룹의 니콜라스 게이트 수석 시장 전략가도 "유가가 튀어 오르면 미 경제의 팽창세가 순식간에 정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탄탄하다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실제 미국의 5월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0.3%보다 늘었지만 예상치인 0.6% 증가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금융시장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크레이머는 "1990년과 2003년 걸프전쟁은 뉴욕 증시에 엄청난 조정을 불러왔다"며 "최근 증시 하락은 베어마켓 랠리의 전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12일 '공포지수'로 불리기도 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9% 급등했다.

이처럼 투자가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신흥시장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날 이라크 송유관이 연결된 터키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1일 9.12%를 기록하며 0.21%포인트 상승했다. 노무라증권의 히로미치 다무라 수석 전략가는 "지정학적 긴장이 엔화 강세와 같은 투자가들의 위험 자산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라크 사태가 시니파와 수니파 간의 종교 갈등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만큼 시리아·이란 등 주변국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텔레그래프는 "터키·이란 등 주변국들이 이라크 사태에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17세기 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종교전쟁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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