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물질은 풍요해졌지만 정신은 빈곤한 시대가 바로 미국의 1920년대였어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자유분방한 재즈와 광란의 춤 찰스톤이 유행하고 여성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속옷을 벗어던지고 짧은 스커트를 입기 시작했어요.”
25일 서울시교육청 어린이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사랑에 관한 4색 4선-영화와 고전문학’에서 강안(사진) 교수가 ‘외골수 사랑-위대한 개츠비’의 작품성과 당시의 시대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강의를 풀어나갔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미술·영화·경제학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융복합적인 인문학 강좌로 구성, 21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강 교수는 위대한 개츠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삶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부의 상징인 자동차라면 사족을 쓰지 못했던 여 주인공 데이지는 바로 개츠비의 아내 젤다가 모델입니다. 피츠제럴드는 24살에 그의 첫 작품 ‘낙원의 이편(The Side of Paradise)’이 출판된 후 호평을 받자마자 한번 거절당했던 젤다에게 달려가 청혼을 합니다. 유명 작가가 된 그의 청혼을 받아들여 둘은 결혼을 하는데, 피츠제럴드는 글 공장처럼 계속 써 낸 생계형 작가가 됐어요. 160편이라는 적지 않은 단편을 쓴 것도 흥청망청 돈을 쓰는 아내를 위한 궁여지책이었죠. 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헤밍웨이와 T.S. 엘리엇과 만났을 때 헤밍웨이는 피츠제럴드가 좋은 작품을 쓰는 데 방해하는 여자라며 젤다를 무척 싫어했어요.”
강의는 작품성과 작가론을 곁들여 설명하면서 작품에 담긴 메시지도 소개했다. “이 작품은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건너왔을 때의 순수성을 잃어버린 1920년대를 통찰한 소설입니다. 큰 돈을 벌었지만 격조가 떨어지는 졸부와 1차 세계대전으로 남편을 잃어버려 준비되지 않은 채 사회로 나온 이른바 신여성의 등장 그리고 그들이 벌이는 욕망의 분출이 뒤섞이는 거죠.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한없이 외로운 세대의 이야기지요.”
이날 영화는 잭 클레이튼 감독이 메가톤을 잡고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패로우가 주연을 맡은 1974년작을 소개했다. 이번 강좌는 ‘위대한 사랑-레미제라블’ ‘무거운 사랑, 아버지-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등을 주제로 12월 16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2기는 오는 12월까지 한국미술,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