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6(수) 17:36
중고차시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넘쳐나던 물건은 옛말이고 일부 인기차종은 심지어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다.
사정이 변한만큼 예전처럼 막연한 생각으로 중고차시장을 찾았다간 헛걸음하기 십상이다. 생각했던 가격과 차이가 크거나 그나마 살만한 차가 아예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인 趙모씨(40). 최근 「체어맨」 중고를 사기 위해 최대의 중고차 매매시장인 서울 장안평을 찾았다.
IMF 이후 자동차업체들이 밀어내기 판매를 하면서 새 차같은 중고차가 많이 있다는 소리도 들었기에 차가 없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특히 체어맨같은 대형차는 유지비때문에라도 매물로 제법 나와 있을 것이라는게 그의 지레짐작이었다. 그러나 이게 웬 일. 그가 원하는 차는 찾을수 없었다. 중개상은 그나마『한 달정도 기다려보면 구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고차=헐 값」이라는 등식도 깨진지 오래다. 8월에 쏟아진 비로 중고차시장이 문을 못열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중고차의 25%를 공급해주던 현대자동차 대리점이 파업으로 영업을 못한 것과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고차 수출도 큰 요인이다.
중고차시세는 어떻게 변했는지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징은 무엇인지 장안평을 찾아봤다.
◇시세 이달들어 매물이 줄면서 승용차를 중심으로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 소폭 내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흥일상사의 이재화(李在和)과장은 『폭우와 현대자동차 노사분규 등으로 중고차시장의 유입물량이 크게 줄어든데다 자동차업체들이 중고차수출을 강화하면서 중고차모으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시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표참조
특히 마티즈, 체어맨, SM5시리즈 등은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이들 차종은 10만~20만원의 웃돈을 얹어주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러나 중형차는 내림세다. 대우 프린스 구형과 뉴프린스는 한달새 모두 50만원씩 떨어졌다. 레간자(98년식, 오토)도 20만원 내린 890만~980만원 정도면 마련할 수 있다.
수입차와 지프형도 고개를 쳐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밖의 승용차종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
◇중고차도 예약시대=IMF 직후에는 서울시내 7개 중고차시장에 물건이 넘쳐났다. 그러나 이제는 좋은 물건을 잡으려면 기다려야 한다. 새 차를 살 때 헌 차를 처분하면서 생기는 매물이 전체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내수침체에다 현대차사태까지 겹쳐 매물부족현상이 생긴 까닭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 나오는 물량도 연초보다 20~30%가량 줄었다.
아반떼·엑센트·아토스·쏘나타 시리즈, 갤로퍼, 마티즈, 체어맨, SM시리즈 등은 예약하지 않으면 구하기 어렵다. 요즘 중고차 매매업체에는 구매대기자가 평균 2~3명씩은 된다.
◇외국차 인기=외제 중고차는 차 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거래가 부쩍 늘었다. 지난 5월 서울시 매매조합에 조사된 거래대수(전체 거래량의 30%수준)는 중고차 거래가 있은 지 처음으로 200대를 넘었다. 6월에는 254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7월에도 206대가 주인을 바꿨다. 이처럼 외제중고차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외제차의 평균감가상각률(신차가격에서 깍여진 금액의 비율)이 유럽차의 경우 96~97년식이 30~40%, 미국 및 일본차는 50~60%나 되기 때문이다.
최고 인기를 누리는 BMW 5시리즈는 97년식 528i(새차 6,820만원)가 4,200만원, 523i(6,270만원)는 3,600만원이다. 벤츠 97년형 S320L(1억670만원)은 6,900만원이면 살 수 있다.
서울시자동차매매조합의 유성종(柳晟鐘)과장은 『가격과 품질을 따지면 비싼 편이 아닌데다 고객이 경기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계층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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