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삼성 복잡해진 셈법

외국인 참여 제한… 단독입찰 불인정… 전매 금지…
■ 막오른 한전부지 '錢의 전쟁'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의 감정가액이 3조3,346억원으로 책정된 가운데 금싸라기 땅을 확보하기 위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동 한전 부지 일대 전경. /사진제공=한전

양대그룹 이외 참여 힘들고 단독응찰땐 입찰 무효처리

9월 17일까지 눈치싸움 예고… 낙찰가 4조~5조대 갈수도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놓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일대 격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종 입찰일인 다음달 17일까지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다. 삼성동 한전 부지는 면적이 축구장 12개 규모인 7만9,342㎡에 달할 정도로 넓고 입지 조건이 좋아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로 불린다.

현 시점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드러낸 반면 삼성그룹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9일 입찰공고가 나온 직후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인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한전부지의 상징성을 고려해 새로운 그룹 통합사옥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테마파크·컨벤션센터·한류체험공간 등을 지어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 부지에 초고층 타워를 짓겠다는 계획도 추가됐다.

반면 삼성그룹 측은 "공고 내용을 검토한 후 참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입찰 조건을 포함해 사업성이나 가격 등을 고려해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입찰경쟁이 본격화되면 최종 낙찰가액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소 입찰가격은 감정가인 3조3,346억원이지만 낙찰가액에는 상한선이 없어 응찰 기업 중 1원이라도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에 소유권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낙찰가액이 4조원을 넘어 5조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매각 공고에 따라 삼성·현대차의 셈법이 좀 더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이 외국인 또는 외국 법인의 참여를 제한해 다자(多者)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낮춰서다. 공고에 따르면 부지 입찰에 참여하려는 외국 기업은 반드시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을 맺어야 하며 지분비율이 50%를 넘겨서도 안 된다. 지분이 5대5로 같더라도 외국인이 컨소시엄을 대표해 응찰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외국 기업은 경영권을 가질 수 없는 재무적투자자(FI)로 위상이 낮아져 부지확보에 대한 유인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중국의 녹지그룹과 미국의 샌즈그룹 등이 부지입찰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이번 매각 방식이 단독 입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삼성이 투자를 포기하고 현대차만 나설 경우 입찰은 자동 무효처리 되고 재공고 절차가 진행된다. 양사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완전히 투자의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보다 낮은 금액을 써내게 하는 복잡한 전략을 짜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제3의 입찰자가 나서면 이런 고민은 해결된다.

이와 더불어 계약보증금(입찰액의 10%)만 내고 일단 배타적 소유권을 확보한 뒤 여기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전매' 행위도 금지된다. 최종 잔금까지 치르면 자유롭게 부지를 사고팔 수 있지만 수조 원에 달하는 매각대금과 조달비용 등을 고려하면 삼성이나 현대차 외에는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한전은 부지 매각대금을 부채감축 계획 용도로 쓴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오는 2017년까지 14조7,000억원의 부채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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