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만료가 다가오는 가입자에게 회사에 유리한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한 생명보험사 3곳이 금융감독 당국에 적발돼 과징금 등 징계를 받았다. 고객에게 불리한 것은 쏙 빼놓고 유리한 내용만 알려주는 전형적인 불완전판매다. 일부 보험사는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했다고도 한다. 회사 수익을 위해 고객에게 손해를 권하는 것쯤은 문제가 아니라는 삐뚤어진 영업관행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불완전판매가 근절되지 않는 근저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생명보험사와 손보사의 순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5.4%와 2.3% 감소했다. 가구당 생명보험 가입건수는 3.8건, 손해보험도 3.0건(2011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포화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연 4% 수익을 내기도 버거운 자산운용 환경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수익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 도래하자 정보접근이 차단된 일반 서민고객이 가장 만만한 희생양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금융은 신뢰가 생명이다. 필요할 때 약속된 금액을 제때 지급하고 수익을 보장해 고객을 보호한다는 믿음을 줘야만 보험사도 존재할 수 있다. 이런 믿음이 깨진다면 개별 회사는 물론 자칫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 연 10% 이상 이자를 주겠다고 약속한 상품 대신 3%를 보장하는 보험이 훨씬 유리하다고 권하는 곳을 누가 믿고 가입하겠는가.
수익은 고객기만이 아니라 경쟁력을 높여 해외로 가거나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서는 데서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상품개발 능력을 키우고 글로벌 판매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자산운용 역량을 제고하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모두 하루 아침에 이뤄지기는 힘들지만 꼭 해야 할 것들이다. 위기를 위기로 놓아둘지 기회로 바꿀지는 보험사 스스로의 선택에 달렸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거위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