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또다시 양적완화(채권매입) 규모를 100억달러 줄였다. 1·4분기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쳤지만 이는 지난 겨울 한파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경제회복세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게 연준의 판단이다. 연준은 양적완화 종료 이후에도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시장을 안심시켰다.
연준은 4월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해 만장일치로 채권매입 규모를 기존보다 100억달러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5월부터 연준이 시장에서 매입하는 채권 규모는 국채 250억달러, 모기지채권 200억달러 등 총 450억달러로 축소된다.
이날 연준 발표에 앞서 나온 올 1·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0.1%로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지만 연준은 이를 연초 이례적 한파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3월에 나온 경기 관련 지표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활동은 최근 몇 주간 개선됐다"며 "가계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준은 실업률이 여전히 높고 주택경기 회복세도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현재 0~0.25%로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이번 FOMC에서 재확인했다. 재닛 옐런(사진) 연준 의장은 17일 한 강연에서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의 제로금리 수준을 상당기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연준이 29일 정례 FOMC 회의에 앞서 이례적으로 '중기 통화정책'을 논의했다고 밝혀 관심을 모은다. 중기 통화정책방안이 마지막으로 논의된 시기는 2012년 12월로 당시 회의 이후 연준의 첫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공개됐으며 2011년 6월 열린 중기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출구전략 로드맵이 처음 제시됐다.
이에 따라 이번 이사회에서도 내년으로 예상되는 금리인상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5년 금리인상에 대비한 연준의 정책도구나 은행들이 연준에 맡긴 초과지급준비에 대한 이자율 변동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루 크랜덜 라이슨 ICAP 수석 이코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최근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초과지준 금리에 대한 의견들을 밝히고 있다"며 "이사회 차원의 초과지준 금리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준은 초과지준에 대해 0.25%의 금리를 은행들에 지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적완화 축소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기 통화정책회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3주 후에 공개될 FOMC 회의록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연준이 초저금리 유지 의사를 다시 밝히자 금융시장은 안도 랠리를 이어갔다. 다우존스지수는 30일 전날보다 0.3% 오른 1만6,580,8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미 국채도 0.04%포인트 떨어진 2.65%로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