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2년 지난 판교신도시 둘러보니…

실수요자 몰려 전셋값 2배 치솟아
편의시설 부족해도 입지적 장점에 유입 꾸준
전매제한 아직 안풀려 매매시장은 한산한 편
"집값 상승 기폭제 될수도" 알파돔시티에 촉각

판교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나 전세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면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판교의 한 아파트 전경.


갑작스런 폭설이 내린 지난 11일 오후. 차량 왕래가 한적해진 판교신도시 내 봇들마을 아파트단지에는 학원 이름이 크게 써 붙여진 승합차들만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판교에서 분당으로 학원을 다니는 초ㆍ중ㆍ고교학생들을 위한 버스다. 판교신도시에서 첫 입주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곳은 여전히 학원이나 대형마트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판교 삼평동 M공인의 한 관계자는 "중심상업시설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는 분당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도 서울 강남과 가깝다는 입지적 장점 때문에 실수요자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3년차를 맞이한 판교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2년 전 입주 당시와 비교해 전셋값이 두 배 가까이 오르는가 하면 전용 85㎡형 이하 주택의 전매제한 해제를 앞두고 조금씩 매물도 등장하는 모습이다. 판교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인근 분당ㆍ용인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셋값 1년 만에 1억원 올라=편의시설 미비와는 별개로 판교 부동산시장은 2009년 1월 첫 입주 이후 끊임 없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수도권 지역의 '전세난'과 겹쳐 전셋값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판교에서는 올해 총 1만7,000여가구가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2009년 3월 입주한 봇들마을2단지 '이지더원' 105㎡형(이하 공급면적)의 경우 지난해 초만 해도 2억1,000만~2억2,000만원선이던 전셋값이 지금은 최고 3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상대적으로 매매가 및 전세가가 저렴한 서판교의 산운마을5단지 '한성필하우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2년 전 1억5,000만원선이던 109㎡형의 전세시세가 현재 3억원으로 2배나 뛰었다. 삼평동 G공인의 한 관계자는 "전용 60㎡형 이하 전세 매물은 아예 찾아보기가 힘들다"면서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을 포기한 물건이 간간히 나오긴 하지만 시세보다 조금만 저렴하면 바로 거래가 이뤄질 정도"라고 말했다. 전세시장과 달리 매매시장은 아직 한산한 편이다. 수요가 집중돼 있는 전용 85㎡형 이하 주택의 계약 후 5년 전매제한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입주 등기 후 3년간 해당 주택을 보유해야 하는 탓에 당분간은 시장 활성화가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판교동 L공인의 한 관계자는 "가끔 매물은 나오지만 실제 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판교 '알파돔시티' 사업 진행에 촉각=판교 신도시의 중심상업지구가 될 신분당선 판교역 일대에는 업무ㆍ상업용 빌딩의 신축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상업시설 분양을 위해 차려놓은 가설 사무소는 대부분 텅 비어 한산한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해 말 완공된 빌딩이 한 채 서있었으나 입점을 완료한 상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한 분양사무소의 관계자는 "이 일대는 결국 판교 알파돔시티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알파돔시티는 판교 중심상업용지 14만2,150㎡ 부지에 주거ㆍ상업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입주가 빨랐던 서판교 일대 근린생활시설 용지에는 10층 내외 상업용시설의 입주가 거의 마무리돼 은행ㆍ식당ㆍ학원 등 편의시설이 서서히 들어서고 있다. 판교동 K공인의 한 관계자는 "테크노밸리와 같은 배후 업무시설이 서서히 들어서고 있는 만큼 중심상업지구만 활성화되면 집값 상승에 또 다른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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