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대참사] 위기 자초하는 여당

술자리에 색깔론… 정몽준 아들 설화까지
참사 수습과정 무능 노출이어 잇단 일탈행위로 국민적 공분
지방선거에도 파장 미칠듯

'세월호' 참사 이후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위기를 자초하며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렇게 당에서 신중한 처신을 주문하는데도 술자리 파문에 이어 종북 색깔론, 아들 설화까지 부적절한 언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의 사후처리 미숙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여권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당장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에서 여권은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야권도 2012년 4·11총선에서 '나는 꼼수다' 멤버 출신인 김용민씨를 서울 노원갑에 공천했다가 2004년의 인터넷방송 막말 파문에 안이하게 대처하다 여당에 승리를 헌납한 바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막내아들인 예선(19)씨는 참사 사흘째인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종자 가족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사실이 21일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새누리당 경선은 물론 6월4일 본선에서도 상당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선씨는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도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다른 국가 사례와 달리 우리나라 국민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을 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를 한다"며 "국민 정서 자체가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돼 국민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또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것인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느냐"고 억지를 부렸다.

이에 대해 정 예비후보는 즉각 '사죄문'을 배포하고 국회 기자회견에서 공식 사과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정 예비후보는 "제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에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없다"며 "아이도 반성하고 근신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재벌가의 일그러진 행태'라는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됐다.

'막말 논란'은 당 지도부라고 예외가 아니다. 3성 장군 출신인 한기호 최고위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참사와 관련한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정부 비판에 대해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며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 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종북 색깔론'이라는 비판이 들불처럼 번지자 한 최고위원은 즉각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으나 아직까지 사과나 유감 표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당 소속 김문수 경기지사가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캄캄바다' '가족' '진도의 눈물' 등 자작시를 올렸다가 비판에 직면했다. 시의 내용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한가롭게 시나 읊고 있을 때냐는 것이다. 김 지사는 19일 "현장에서 이틀간 느낀 참담하고 비통한 제 심정을 짧게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성남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세종특별자치시장 후보로 선출된 유한식 현 시장은 참사 이후 선거활동 금지, 음주 자제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빚었다. 20일 당 윤리위원회의 '경고처분'도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반면 술자리를 주선한 세종시당 청년위원장에게는 '탈당 권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당직자들의 일부 언동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황우여 대표)" "음주·오락 등 부적절한 행위가 적발될 경우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대응을 할 것(홍문종 사무총장)"이라는 지도부의 엄포가 나왔지만 공허한 메아리라는 지적도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인사들이 잇단 일탈행위로 국민적 공분을 사는데도 당의 대책은 구렁이 담 넘어가기 식"이라며 "여권이 참사 수습 과정에서 무능함을 노출한 데 이어 보수의 덕목인 절제의 미덕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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