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개 12월 결산법인들이 13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상당수 기업들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배당을 축소함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불만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배당 축소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소액주주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주총은 별다른 논란이나 충돌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자 개별 회사차원의 이슈가 약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앞으로 경기가 반전됐을 때 그동안 잠복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대부분의 주총 일사천리로 진행 당초 올해 주총에서는 실적부진, 배당감소와 이사 보수한도 증액 문제 등의 이슈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부분의 주총은 1시간 이내에 끝날 정도로 큰 격론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부 안건에 대해 배경 설명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질문이 나왔지만 회사 측과의 논쟁으로까지 비화되지 않았다. 주주들의 침묵은 배당문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상당수 주주들은 배당 축소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이는 최근의 전반적인 사회 구조조정과 잡셰어링 등 풍조 속에서 배당 축소에 대해 거세게 반발할 경우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됐다. 삼성전자의 한 주주는 “도요타ㆍ소니 같은 초우량 기업들도 적자를 내고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데 이런 세계적 불황 속에서는 삼성전자만 독야청청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재무상태가 좋지 않고 경영이 어렵지만 예년 수준의 배당을 결정한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슈였던 임원 보수한도 증액 문제도 논란 없이 지나갔다. 삼성전자가 이사 보수한도를 지난해 350억원에서 올해 550억원으로 늘리고 LG전자도 35억원에서 45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도 그대로 통과됐다. ◇ 침체된 경기가 개별 이슈 부각을 막아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치침체 상황에서 개별 경영진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그만큼 개별회사 차원의 소소한 이슈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배구조 변화도 경영진의 현상타개 노력으로 받아들이려 한다는 분석이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나쁜 상황인데 이에 비견할 큰 이슈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 경영진에게 우선 힘을 실어주고 더욱 잘해서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해쳐나가라고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운동이나 시민단체의 조직적인 대응도 수그러들었다. 지난 2005년까지 삼성전자 주총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2006년 이후 주요 이슈 제기를 하지 않았고 올해도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도 “큰 그림에서 위기상황이 해소돼야 주총이 정상적인 역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각사 경영진이 최근의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좋은 평가를 받을지, 아니면 더욱 혹독한 시련을 겪을지 결정될 것인데 이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