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도약' 비결을 찾는다] <1> 싱가포르-③ 마지막 책임은 정부가 진다

외국인 투자때 공동참여 "신뢰감"
정부 "의료·교육허브서 새 성장동력 찾자" 잰걸음
국내외 가리지않고 모든 기업에 최고 행정서비스
비즈환경 적극 조성에 떠났던 기업들 U턴 조짐도


싱가포르 정부는 철저한 시스템경영을 앞세워 끊임없는 성장과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 선적을 앞둔 컨테이너 물량이 싱가포르항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EDB(경제개발청)와 GIC(투자청), STB(관광청) 등 3대 축으로 성장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싱가포르 쉔톤 웨이에 위치한 테마섹홀딩스 빌딩.

지난 2004년 7월. 당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예정자는 3만여 공무원들에게 반달치 급여를 ‘특별 보너스’로 지급해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해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7.5%를 기록, 목표치를 달성한 데 따른 ‘보답’ 차원이었다. ‘공무원 특별 보너스 지급’은 중국 경제의 폭발력으로 다국적 기업 아시아본부 등이 상하이ㆍ홍콩으로 몰려가면서 투자공백이 우려되고, 물류ㆍ금융허브 전략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상징적인 이벤트였다.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 관계자는 “싱가포르 정부는 기존 금융ㆍ물류중심의 성장동력이 곤두박질 치자 발빠르게 보건ㆍ교육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섰다”며 “지금은 이 전략이 주효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동력 발굴에 앞장= 싱가포르의 ‘2단 도약’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냈다. 싱가포르는 과거 4~5전부터 상하이ㆍ홍콩ㆍ말레이시아 등 인근 국가들과 물류ㆍ비즈니스 허브 경쟁을 하면서 임금 등서 뒤쳐지면서 심각한 위기감에 휩싸였다. GM이나 필립스 등 다국적 기업들이 하나씩 둘씩 싱가포르를 떠나 상하이와 홍콩으로 옮겨 갔고, 고임금 문제는 중국 등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여서 성장동력인 물류허브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같은 난맥상 속에서 싱가포르 정부가 선택한 것이 의료ㆍ교육허브 전략이다. 90년대말부터 시작한 교육허브 전략은 최근까지 세계 초일류 대학 10여 곳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면서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지난 2003년 샴쌍둥이 분리시술 성공 이후 싱가포르 정부는 발빠르게 인근 국가들의 부유한 외국인 환자들을 의료서비스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는 의료 허브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모든 기업에 최고의 행정서비스= 싱가포르 정부 관련 기관인 경제개발청(EDB)은 해외 투자유치를 주 업무로 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 이미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이나 자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투자유치와 지원 등을 아끼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외국기업과 싱가포르 로컬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투자유치와 진흥업무를 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EDB는 투자와 관련된 범위에서는 사실상 모든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인원 구성도 국내의 비슷한 역할을 하는 코트라 산하의 인베스트코리아(IK)보다 많은 60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EDB는 자회사로 EDBV 등 투자자금 보유 집행회사들을 거느리고 있어 외국기업의 대싱가포르 투자시 동반투자를 통해 신뢰감을 주는 등 투자를 적극 유도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코트라 한 관계자는 “EDB의 병행투자 능력은 외국인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등 상당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해 초 싱가포르에 있는 석유화학회사 쉘(Shel)이 대규모 증설 투자를 발표했을 때 EDB가 함께 공동 투자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싱가포르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얼마나 집요한 데가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새로운 투자매력을 인정받다= 리셴룽 총리 체제의 싱가포르는 의료ㆍ교육허브라는 새로운 성장동력과 함께 끊임없는 외자유치 노력으로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전자ㆍ석유화학 등 특정산업 위주의 수출주도로 경제성장이 이뤄지다 보니 실업문제가 누적되고, 상하이ㆍ홍콩 등으로 빠져나간 다국적 기업의 ‘유턴’ 속도는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직 아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해 끊임없이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한치 주저함도 없다. 심지어는 과거 금기시 해 온 성문화도 대폭 개방하는 등 파격 변신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를 등졌던 다국적 기업들도 하나 둘 다시 U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배후에 인도라는 거대시장 공략을 위해 전세계 수백개의 기업들이 다시 싱가포르를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 무역관 관계자는 “싱가포르에는 대표적인 인도기업들이 다수 활동 중”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인도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싱가포르를 십분 활용해 거대 인도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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