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ㆍ2년 영어교육 과연 옳은가?

시범실시ㆍ공교육흡수 vs 사교육ㆍ교육불평등 심화

9월부터 2년간 전국 50개 초등학교 1, 2학년을대상으로 영어 시범교육이 실시된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학부모 단체 등이 사교육 조장과 정체성 혼란 등을 이유로 영어 조기교육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시행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교육부 "일단 시범실시, 문제점 검증" = 교육부는 22일 전국 16개 시ㆍ도에서 운영할 '초등 영어교육 연구학교' 50개교를 선정 발표했다. 학교 수가 많은 서울, 경기는 4개교씩, 나머지 14개 시ㆍ도는 3개교씩 선정됐으며 이들 학교는 9월부터 2008년 8월까지 2년간 1, 2학년생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실시한다. 교육당국의 입장은 현실적으로 이미 74%의 초등 1, 2학년생이 영어교육을 받고있는 상황에서 이를 공교육으로 흡수해야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동에게 영어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시범운영이 끝난 뒤 2008년 하반기에 초등 영어교육을 전체 1, 2학년으로 확대할지 여부와 구체적인 방법 등을 결정한다. 교육부는 조기 영어교육의 효과와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 조기 영어교육이 우리말 교육 및 정체성 함양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실증적으로 연구분석하기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초등 영어교육 연구학교 컨설팅단을 구성 운영키로 했다. 김천홍 영어교육혁신팀장은 "연구학교 운영을 통해 일부 교원단체들이 제기하는초등 조기 영어교육의 문제점 등에 대해 실증적으로 검증하고 초등 1, 2학년 영어교육의 시행시기ㆍ내용ㆍ방법ㆍ준비사항 등 정책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공교육에서의 영어교육 내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초등 1,2학년 단계의 영어교육 도입 방안을 인적자원개발회의를 통해 국가 의제로 설정했다. ◇ 교육단체 "시범실시 철회, 10년 영어교육 평가 먼저" = 국어단체연합, 범국민교육연대,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전교조, 전국영어교과모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한글학회, 한말글문화협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 2학년 영어교육 도입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 진행 중인 초등 영어교육은 사교육비를 폭등시키고 지역간-계층간교육불평등을 확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초등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은 물론, 유아교육까지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며 "초등 조기 영어교육은 모국어 교육 위축, 언어 혼란에 이어 정체성의 혼란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초등 영어교육 도입 이후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공식 평가도 없이 이를초등 1, 2학년까지 도입하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초등 1, 2학년 영어교육 도입 정책을 중단하고 지난 10년간 초등에서의 영어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기 영어교육 반대론자들은 그 이유로 사교육조장과 과도학 학습부담, 영어외인성교육 등 다른 교과와 교육에 대한 경시 현상, 우리말과 글의 습득에 지장을 줄우려 등을 꼽고 있다. ◇ 조기 영어교육 효과 있나 = 초등 영어교육은 1997년 도입돼 올해로 10년째에이르고 있다. 도입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학생들의 영어능력이 향상되고 학교 영어교육이 더욱 실용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매우 컸다는 것이 교육부의 평가다. 서울대 권오량 교수(영어교육과)가 2004년에 초등 영어교육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의 영어능력을 측정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 정식 교과목으로 영어를 도입한 이후 영어를 배운 고교생들이 배우지 않은 학생들보다 모든 영역에서 성적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를 배우지 않고 진학한 2003년 때 고1학년과 초등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고 진학한 2004년 고1학년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 총점은 409.1점에서 448.6점으로무려 39.5점 높아졌다. 영역별로 `듣기'가 169.2점에서 187.4점으로 18.2점, `쓰기'는 53.7점에서 66점으로 12.3점, `읽기'는 185.7점에서 195.1점으로 9.4점이 향상됐다. 특히 2004년 시험에서 초등학교 때 영어를 배운 고1년생이 배우지 않은 고2년생보다 `읽기', `듣기', `쓰기' 등 모든 영역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영어교육 환경은 급변해 글로벌 경쟁시대에 영어는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능력을 간주되고 있고 취업 등에 필요한 핵심적인 직업능력이 됐다. 이로 인해 영어 관련 사교육비 지출 증가와 영어로 인한 조기유학, 해외 어학연수 등이 늘고 영어교육의 양극화가 커지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 외국의 영어교육은 = 우리나라는 라트비아ㆍ스페인 등과 함께 초등 3학년때인 8~9세 때 영어교육을 시작한다. 반면 파키스탄은 4~5세, 스리랑카ㆍ에콰도르ㆍ홍콩은 5~6세, 남아프리카공화국ㆍ방글라데시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은 6세, 러시아ㆍ멕시코ㆍ크로아티아 등은6~7세, 인도는 7세, 아르헨티나ㆍ에티오피아ㆍ오스트리아는 8세 때부터 각각 영어를배운다. 중국은 2004년 초등 3년부터 영어교육을 실시하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베이징(북경 ), 상하이(上海), 칭다오(靑島) 등 대도시는 2004년 9월부터 초등 1년부터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택시 운전사도 영어시험을 통과하도록 하는등 영어 열풍이 불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공립 초등학교는 영어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으나 2003년초 조사에 따르면 공립 초등학교 50% 이상이 3학년이상에서 주당 1시간씩 영어회화 시간을 두고 있다. 또한 전국 52개 특별개혁지구를 공식적인 영어사용지역으로 지정해 초ㆍ중ㆍ고교 12년간 국어, 역사, 사회를 제외한 모든 교과를 영어로 가르치는 학교를 설립 인가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영어를 공용어를 지정해 영어를 필수로 하는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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