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 정부 화두는 경제성장


박근혜 당선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의 역할을 강조해 성장보다는 분배가 강조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131조4,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엄청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박근혜 당선자는 어떤 정부보다도 경제성장률을 높게 유지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높은 경제성장률 유지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 및 체질개선에 기초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향은 무엇일까? 필자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역할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굴뚝형 제조국가에서 지식서비스 국가로 바꿔야

박근혜 당선자의 선친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일으킨 한강의 기적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정부의 역할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수차례의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했으며 전국토를 개발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유수한 공기업을 설립했고 엘리트 공무원들을 앞세워 경제를 설계하고 지휘했다. 될 성 싶은 기업들에게 돈을 꿔주고 사업기회를 제공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시기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해 뛰어난 공무원과 기업가가 열심히 일한 '영웅시대'였다. 정부가 기업과 경제를 앞에서 끌고 나간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기업의 경쟁력과 정보력 그리고 위기관리능력이 정부에 뒤지지 않는다. 정부가 과거처럼 취약한 산업과 기업을 발전ㆍ육성ㆍ지원ㆍ촉진하는 시기는 지났다. 오히려 과거의 프레임과 가이드라인이 우리 경제와 기업에게는 족쇄와 규제가 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서비스산업이다. 중화학공업 중심의 굴뚝형 제조업 국가에서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으로 바꿔가야 내수도 늘고 중소ㆍ중견 기업도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인정한다.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대폭 줄여야 한다.

최근 필자가 사회를 본 한 정책세미나에서 여러 토론자들은 우리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만 제대로 확보되더라도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서비스 산업으로 금융ㆍ교육ㆍ의료 등이 논의되기도 했다.

경제체질 개선하려면 정부의 역할 변화 시급

공무원들이 낙하산으로 요직을 차지하고 정부가 사실상 은행을 지배하는 관치금융 상황에서는 아시아의 금융허브는 꿈도 꿀 수 없다. 금융은 능력 있는 기업가들을 판별해내는 일이어서 금융의 경쟁력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서 국가의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 해에 해외에 나간 유학생 수십만 명이 40억 달러 넘는 외화를 쓰는 것은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교육 또한 역대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누더기가 되어 공교육은 붕괴되었고 지나친 사교육 열풍은 국민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다. 태국은 한 해에 2백만 명의 의료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는데 태국보다 훨씬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도 우리 의료산업은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운영하고 있는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못해 외국의 유명병원과 합작하기 위해 개발한 인천의 송도 신도시는 황폐화돼 버렸다. 서비스 산업의 문제는 결국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규제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정부를 키워서 우리 경제를 단기간에 '퀀텀 점프'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고속기어로 꿔어야 한다. 과거와 같은 정부의 지도, 계획, 규제 그리고 공공부문의 비효율과 부채는 국민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국민과 기업을 도와야 할 정부가 짐이 돼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정부의 역할을 줄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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