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비정규직법안의 노사정 협상 무산 이후 사회적 대화를 거부해온 민주노총이 1년 만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온다.
민주노총은 19일 제15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 문제,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이 미흡했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교섭으로 주도권을 쥔다는 집행부의 입장이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회의에서는 그동안 정부 및 경영계와의 대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일부 중집위원들도 반대입장을 나타내지 않아 만장일치로 대화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 시점과 방법 등을
조준호 위원장에게 위임, 명시하지는 않았다.
지난달에도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추진했지만 내부 반발로 이를 접었던 민주노총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는 투쟁동력이 크게 떨어진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노사 로드맵 저지를 위해 이달 21일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지만 산하 연맹들이 준비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자 지난주부터 민주노총 내 기류가 급변했다. 또 파업동력도 낮은데 노사관계의 새로운 틀을 다루는 교섭에 참여하지도 않고 투쟁일변도로 나서는 데 대한 안팎의 비난여론도 노선 선회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마저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기로 하자 정부는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전운배 노동부 노사정책기획팀장은 “실질적인 노사정 대화가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23일로 예정된 노사정대표자회의 운영위원회에서 앞으로의 논의 일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노사선진화 입법을 올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목표 아래 7월까지 노사정대화를 마무리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이를 위해 7월 중 장ㆍ차관이 직접 양 노총 위원장, 사무총장과 경총ㆍ상의의 회장ㆍ부회장들과 회동을 갖고 노사 양측의 양보와 결단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한편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처럼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성격을 모두 지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보호방안 논의에도 탄력이 더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노사정위원회에 특수고용직 보호방안 논의 틀을 구성하기로 결정했으나 민주노총의 불참에 부담을 느낀 한국노총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애를 태워왔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대화 복귀에도 노사정 협상의 전망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노사 로드맵의 경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방식, 복수노조 교섭 형태, 필수공익사업의 직권중재 폐지 및 대체근로 허용 등 노사 모두 섣불리 양보할 수 없는 첨예한 의제들을 담고 있다. 특수고용직 보호방안도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크게 엇갈려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