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함께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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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10ㆍ26 재보궐선거 이후 처음 만났다. 서로 웃으며 악수를 건넸지만 사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껄끄러운 대면이었다.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의 만남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박 시장이 참석하며 이뤄졌다. 박 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시장은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국무회의 의결권은 없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2008년 2월 '배석할 수 있다'로 규정을 바꾸며 전임 오세훈 시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참석했다.
이날 만남은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명박 정권 심판론으로 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사자와 정권의 최고 책임자와의 만남으로 회동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박 시장이 한미 FTA 비준의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중앙정부에 촉구하고 있는데다 시유지인 청와대 앞 사랑채의 홍보시설물 철수를 청와대에 요구하며 시장 집무 시작부터 불편한 관계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일단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의 이날 만남은 과거 각각 서울시장과 시민단체 운동가로 함께 협조했던 때를 떠올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 이 대통령은 "내가 서울시장 때 많이 협조했다"고 인사를 건네자 박 시장은 "맞다. 그때는 자주 뵈었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월급을 박 시장이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이번 정부 들어 규정을 바꿨다며 앞으로도 박 시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하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나도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5년간은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김대중 정부 당시 '배석할 수 있다'는 대통령령에서 노무현 정부로 넘어오며 '대통령, 국무총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또는 광역자치단체장의 요청이 있을 경우 배석이 가능하다'로 바뀌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출신 이명박 서울시장이 껄끄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는 2003년 6월4일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단 한 차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박 시장과의 대화에서 서울시장 재임 시절 조성했던 서울 숲을 언급하며 "박 시장이 애를 많이 썼다"고 예전 인연을 강조했다. 박 시장이 제도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여야가 엇갈렸지만 서로 사안별로 협력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정치인이 아닌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 행정에 협조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 대민 관계 행정 수수료가 적정한 수준인지 실태를 점검하고 인하 여부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연말 물가 및 동절기 대책 점검과 예산집행이 제대로 되는지 점검해달라"며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일자리가 중요한 만큼 사람 먼저 줄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