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HP)가 델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부진과 경영악화를 이유로 칼리 피오리나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는 홍역을 겪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의 구매패턴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돌아온 HP’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USA투데이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원한 맞수인 세계 1위 PC업체인 델컴퓨터가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30% 이상 하락했지만 HP는 주가가 60%나 치솟으면서 다우지수 종목의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HP가 부활에 성공한 이유는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델컴퓨터는 미국 국내 시장의 33%를 확고히 장악하고 있지만 미국 PC시장은 포화상태에 달해 시장점유율 확대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HP는 시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을 겨냥했으며 온라인 구매보다는 현지 영업점 구축을 선호했다.
이는 델컴퓨터가 신용카드를 이용한 인터넷 구매를 고집했던 것과는 정반대 영업 전략이었다. 아직까지 온라인 구매가 생소한 이들 국가에서 HP의 매출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HP의 해외부문 매출은 전체의 60%를 차지하는데 이는 델이 35%에 불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랩탑컴퓨터의 수요 급증도 HP의 부활에 한몫했다. 미국 내에서 지난해 5월부터 소매점에서의 랩탑컴퓨터 판매가 데스크톱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무게와 크기가 중요한 랩톱컴퓨터의 경우 온라인 구매보다는 소비자들이 직접 매장을 찾아 제품을 확인한다는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
광고전략도 달랐다. 델이 제품의 성능과 속도를 강조했지만 HP는 제품 특성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며 제품의 이미지와 사용 용이성 알리기에 주력했다. HP는 2ㆍ4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늘어난 15억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