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는 이번 설비기술 유출사건에 대해 그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STX그룹이 예기치 않은 암초에 부딪혔다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STX그룹도 일단 “영업비밀 침해가 아니다”며 적극 부인하면서도 행여 그룹 경영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날 계열사 주식이 무더기로 급락하는 등 민감하게 움직이자 해명서를 내는 등 사태 조기 진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 단기간의 급성장에 따른 성장통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최근 6년 간에 걸쳐 한결 같은 외형 확장으로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그에 걸맞은 내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단기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철저한 인력관리나 자체적인 기술 확보에 힘을 기울이지 못해 이번 사태와 같은 무리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뼈아픈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영역으로 끝없이 진출하는 등 외형 확장에만 올인하다 보니 핵심인력을 외부에서 충원할 수밖에 없고 이 같은 구조가 곧바로 과오나 실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앞으로의 수사과정을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30년의 값진 기술’을 한꺼번에 빼내간 것은 심각한 도덕불감증의 한 단면”이라는 두산 측의 주장은 STX 입장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2001년 쌍용중공업을 모태로 출범한 STX그룹은 최근 막강한 현금동원능력을 과시하며 굵직한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일약 재계의 별로 떠올랐다. 최근 조선경기 호황을 타고 STX팬오션과 STX조선 등은 스타주로 각광받고 있으며 강덕수 회장은 출범 6년 만에 매출규모 34배, 자산 규모 16배로 덩치를 급속히 키워냈다. 특히 지난달에는 유럽 최대 조선소이자 세계 2위의 크루즈선 제조사인 아커 야즈를 전격 적으로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STX의 한 관계자는 “STX그룹은 조선ㆍ기계-해운ㆍ물류-에너지ㆍ건설의 3대 비즈니스 축을 중심으로 탄탄한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행여 그룹의 미래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동종 업계로의 이직이나 스카우트와 이에 따른 기밀유출 문제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술유출의 개념과 범위 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