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만 VS 극한의 정치 대립에 염증 난다

매번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역시나로 끝날 것 같다. 정치권이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습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여야가 지난 6월 합의한 국정원 국정조사도 진행시키지 못하는 판국에 뭘 기대하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서로 대화재개와 국정조사 정상화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설령 합의에 이르더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45일로 예정된 조사기간 중 서로 헐뜯고 싸우느라 한달을 허비하고도 극한대립으로 치닫는 마당이다.

민주당은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천막의총을 열고 대여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당내 강경파야 깃발을 올렸다고 자찬하는 모양이지만 국민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길거리 투쟁에 호응할 시민은 민주당의 생각보다 적을 것이다. 푹푹 찌는 날씨에 애꿎은 시민을 고생시키고 교통체증을 유발해 불쾌지수만 높인다면 안 하는 만도 못하다. 이미 '대선에 불복하는 게 아니다'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 의지를 다 밝히고도 지지율이 왜 올라가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새누리당이라고 잘한 것은 없다. 말로는 정쟁중지와 민생우선을 앞세우면서도 대화국면의 고비 때마다 민주당 이상의 강경론을 고집했음을 국민은 기억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에 고무돼 오만에 빠지지 않았는지, 국민들에게 국정조사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치지 않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여야의 강경대치는 단기적으로 정파의 이익을 가져다 줄지 몰라도 국가와 국민에게는 백해무익이다. 정치 난기류에 대한 국민의 한탄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 정치행위에 대한 염증으로 번지고 있다. 높은 지지율마저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펴지지 않는 한 일순간의 신기루처럼 날아가기 마련이다. 정치권은 민생우선을 말하기 전에 정치현안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 오만과 거리의 정치대결에서 당장 벗어나라. 염증이 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