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자'로 인식돼온 장제스를 위한 변명

[화제의 책] 장제스 일기를 읽다 /레이 황 지음, 푸른 역사 펴냄


우리에게 장제스(蔣介石ㆍ1887~1975)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항일전의 영웅이라기보다 마오쩌둥과의 대결에서 패배한 내전의 패배자로 더 잘 알려져있다. 하지만 중국 근현대 격동의 시기에 살아온 그가 이룬 역사적 역할이 '패배자' 뿐이었을까? 중국계 미국인인 역사학자 레이 황은 중국 근현대사 속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너무 비판적으로만 이루어져있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장제스의 일기를 꺼내 중국 근현대사에서 그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긍정적인 면모를 분석한다. 1887년 저장 성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장제스는 1915년부터 1975년 사망할 때까지 일기를 썼다. 57년간 써온 그의 일기는 중국의 근대사에서도 격동의 세월이었던 시기가 고스란히 기록된 것이다. 장제스는 자신을 채찍질하려는 목적으로 일기를 썼기 때문에 일기에는 종종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는 일어나야 할 일을 강조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장제스가 20세기 초 무너져 내린 중국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중국의 상부구조를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즉 장제스는 국가의 통일된 지휘체계와 새로운 행정기구, 통합된 교육 시스템 등 상부구조를 건설해 중국이 세계 속에 자리를 잡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책은 장제스의 일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일기를 토대로 중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건과 정황을 분석한 역사서에 가깝다. 저자는 100년 전 왕조 국가였던 중국이 격렬한 혁명을 거치면서 20세기 말 근대 국가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장제스를 비롯한 마오쩌둥ㆍ덩샤오핑 등의 인물이 수행했던 역사적 역할을 거시적인 구조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책에 나타난 장제스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 장제스를 위한 역사적 '변명'이나 '오해'가 될 소지가 있다고 옮긴이 구범진은 지적한다. 저자가 중국 근대 국가의 눈부신 발전상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장제스ㆍ마오쩌둥ㆍ덩샤오핑 등 세 명의 지도자가 그런 발전을 가능케 한 역사적 토대를 단계적으로 구축했다는 인식하에 장제스의 일기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만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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