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4(월) 18:13
일반인에게 한국종합기술금융(KTB:Korea Technology Banking)이란 회사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모른다고 할 것이다. 이 회사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및 융자, 기술개발자금 대출, 리스, 팩토링 등 주로 기술개발관련 여신금융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복권을 발행하는 회사라고 하면 『아하, 그 회사』할 것이다.
KTB는 정부가 10.2%의 지분을 갖고 있는 과학기술부 산하의 최대 벤처금융회사. 지난해 말 현재 투자업체수가 200여개에 달한다. 이중 상장 또는 장외등록법인만 94개사에 이른다.
「한국종합기술금융주식회사법」 제정을 통해 지난 92년 출범한 KTB는 정책적 목적에 의해 설립된 회사답게 그동안 과기부의 정책금융 지원창구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 산하기관 민영화 방침에 따라 곧 매각될 예정이다.
과기부는 KTB 매각과 관련, 정부 보유 주식은 물론 자사주 8.2%와 산업은행 이 갖고 있는 주식 2.0% 등 20.4%를 묶어 일괄매각할 방침이다. 매각방식은 공개경쟁입찰이다. 이를 위해 과기부는 한국종합기술금융주식회사법을 폐지하고 7%로 돼 있는 소유지분 제한규정도 철폐할 계획이다.
과기부는 「물건값」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매각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지만 되도록이면 실리콘밸리 등에 소재한 세계적 벤처캐피털회사에 넘겨 선진 노하우 및 투자기법을 도입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KTB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그룹 9.1%, LG그룹 5.2%, SK그룹 4.7%, 삼성그룹 3.0% 등 주요 그룹사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외국자본에 팔리지 않을 경우 이들중 하나가 전격 인수하거나 국내기업 중심의 컨소시엄에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B의 매각과정에서 과기부가 유달리 공을 들이고 있는 부문은 기술복권 발행사업의 존속. KTB 매각대금이야 재정경제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만큼 별반 신경쓰이지 않더라도 알토란같은 기술복권 발행사업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93년 첫선을 보인 기술복권은 즉석식과 추첨식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모두 6,755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이를 통해 조성된 1,195억원중 86.3%인 1,031억원이 과학기술진흥기금(지난해말 기준 4,949억원)에 출연됐다.
이같은 출연금 규모를 한해 평균으로 환산하면 206억원 꼴. 기금의 연간 순증액이 500억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 돈은 기금 가계부(家計簿)를 균형있게 유지토록 하는 구원투수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기술복권 판매수익은 과기부 쌈짓돈이 아닌 과학기술진흥을 위한 젖줄인 셈이다.
과기부는 현재 복권발행 업무를 KTB에 위탁, 운용하고 있다. KTB 민영화 후에도 이같은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또한 기술복권 발행 근거가 들어 있는 한국종합기술금융주식회사법이 곧 폐지됨에 따라 관련 조문을 과학기술혁신특별법으로 이전하는 「주소지 변경」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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