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회장 조속석방·경영 복귀를"

車부품업계 "현대차 사업차질로 동반 경영위기 직면"…1,359개 업체 기자회견

현대차 사태가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의 존립 기반마저 뿌리째 흔들고 있다. 11일 서초동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품업체 대표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김동호기자

현대ㆍ기아차에 부품 등을 납품하고 있는 협력업체들이 정몽구 회장의 구속에 따른 현대차그룹의 핵심사업 차질로 ‘동반 경영위기’에 직면했다며 정 회장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922개 자동차부품업체 모임인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과 437개 현대ㆍ기아차 부품업체 모임인 ‘현대ㆍ기아자동차협력회’ 등 1,359개 자동차부품사들은 11일 서초동 자동차공업협동조합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영에 차질이 생기면서 협력업체들의 해외 동반진출이 전면 보류되는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정 회장 및 최고경영진의 경영공백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사태가 해결돼 하루속히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현대차그룹의 장기 경영공백으로 이어진다면 2010년 글로벌 톱5를 목표로 추진해온 글로벌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중장기 사업계획과 해외공장 투자 등 중대사안의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영섭 현대ㆍ기아차협력회 회장은 “장기 경영공백에 따른 혼란은 현대ㆍ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수많은 난관을 헤치며 성쇠를 같이해온 협력부품업체에도 중대한 위험이 되고 있다”며 “가뜩이나 환율하락과 고유가로 어려운 시점에 이 같은 위기상황을 돌파하려면 정몽구 회장이 빨리 경영일선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 측은 이와 관련,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수출의 80%에 달하는 235억달러를 수출했으며 국내 전체 부품납품액의 75%인 25조원어치를 납품받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며 “이번 사태로 부품업체들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할 경우 결과적으로 국민경제 전반에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ㆍ기아차에 범퍼와 레일 등 차체 부품을 공급하는 성우하이텍은 현대차 체코공장 건설계획에 맞춰 이미 공장건설을 시작했으나 최근 검찰의 정몽구 회장 구속 이후 착공식이 무기 연기되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이 회사의 이명근 사장은 “체코 부품공장에 들어갈 기계가 이미 현지로 이동 중이고 내년까지 투자할 금액만도 1억5,000만달러에 달한다”며 “현지 공장건설에 차질이 생기면 경영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하루빨리 사태가 해결되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아울러 이번 사태가 노사협상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나타내면서 노사화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노조 측이 현재 생산성을 뛰어넘는 무리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가 하면 글로벌 경영을 위한 해외투자에도 극렬히 반대하는 등 노사관계가 매우 불안한 상태”라며 “최근 급격한 환율하락과 원자재 가격 앙등, 고유가 등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계에 현대ㆍ기아차의 파업이라도 발생한다면 중소 부품업체들은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현대ㆍ기아차에만 납품하고 있는 1차 부품 협력업체들은 218개사이며 이들이 납품하는 금액은 12조3,735억원에 달했다. 이는 현대ㆍ기아차의 전체 납품금액 24조8,444억원의 절반(49.8%)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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