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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팬오션이 7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하는 등 대기업들이 줄지어 휘청거리면서 회사채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건설ㆍ조선ㆍ해운 등 취약 업종을 대상으로 한 회사채 신속인수제 부활 등 안정화 방안을 세울 계획이다.
현재 회사채 시장은 우량 등급인 AA 이상도 투자자가 외면할 정도로 위축된 상태다. STX팬오션처럼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우 회사채 투자자는 90% 이상 손실을 보기 때문에 다른 회사채까지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취약 업종인 건설ㆍ조선ㆍ해운 업종의 전체 회사채 발행금액은 총 1조9,15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39조566억원으로 전년 대비 2% 늘었으나 상환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크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시장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책을 저울질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 상황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부활할 시점인 듯도 싶다"면서 "당국이 STX팬오션 회사채 투자자의 손실을 구제할 수는 없지만 회사채 시장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가 신용보증기금 등을 동원해 STX팬오션의 회사채 인수를 검토한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일시에 대규모로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업들이 사모 방식으로 또 다른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를 산업은행이 인수해주는 제도다. 회사채 물량의 80%는 산은이, 20%는 채권은행과 기업이 나눠 인수한다. 산은의 인수 채권 80% 중 대부분은 신용보증기금이 신용을 보강한 프라이머리 CBO(P-CBO)로 편입된다. 당국 관계자는 "실제로 산은이 지는 부담은 전체 인수 물량의 10%이고 신보가 보증하는 물량도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해당 기업이 일정 부분 후순위채를 인수해야 한다" 고 말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유동성만 공급했을 경우 시장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2001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유동성뿐 아니라 펀더멘털까지 문제인데 유동성만 공급했다가 시장질서를 해친다는 얘기다. 또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특정 기업이나 업권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어서 해외에서 WTO 규정을 들어 제소할 수 있다. 2001년에도 당국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지원한 6개 기업 중 4개가 현대 계열이었고 그 중 하이닉스가 2003년 미국의 제소로 44%의 상계관세를 내야 했다. 당국 관계자는 "특정 산업만 하면 보조금 성격이 돼 WTO 규정에 위반될 수 있기 때문에 취약 업종 등 여러 곳을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