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퇴진 압력으로 숨죽이고 있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잇단 개혁조치를 발표하며 차기 정국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에서 반정부 시위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각료회의를 주재, 친ㆍ반 정부 시위대가 충돌하는 와중에 발생한 폭력사태를 규명하는 ‘투명하고 독립적이며 공정한’ 조사위원회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당시 충돌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가족이 겪을 고통을 나누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강조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어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바라크의 이 같은 행보는 9월 대선까지 중도 퇴진하고 국정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공직 부패와 선거 부정에 관한 조사도 약속하며 민심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국회와 고등법원에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과 관련한 부정선거 사건들을 재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부정선거는 현재 이집트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이집트 검찰도 8일부터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각료 3명과 집권 국민민주당(NDP) 고위 관료 1명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는 이 밖에 오는 4월부터 공무원의 급여를 15%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날 급여 인상에 필요한 재원으로 65억 이집트 파운드의 예산을 할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시위대가 요구하는 모든 개혁조치들을 수용, 자신에게 쏟아지는 조기 퇴진 압박을 희석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바라크 대통령은 오는 9월 대선 때까지 개혁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며 국민들의 분노를 달래고 차기 국면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환하려 노력할 것 ”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집트 정부는 오후 7시-오전 8시이던 야간 통행금지를 이날부터 오후 8시-오전 6시로 완화했으며 증권거래소도 오는 13일부터 재개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