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鄭, 대북정책 기조 싸고 설전

손학규 "원칙 없는 포용정책, 종북 진보 오해 불러"
정동영 "햇볕정책엔 원칙 있다… 표현 취소해야"

민주당의 손학규(오른쪽)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회의에서 대북정책 기조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인 뒤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대근기자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 있는 포용정책' 등 대북정책 기조를 둘러싸고 크게 마찰음을 냈다. 지난해 전당대회 직후부터 보편적 복지,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사안에서 번번이 맞서온 두 사람의 갈등이 결국 폭발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이 이날 손 대표가 지난 6월28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만났을 때 언급한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라는 표현을 끄집어낸 게 발단이 됐다. 그는 손 대표의 발언에 대해 "6ㆍ15, 10ㆍ4 정신 계승과 발전이라는 햇볕정책의 취지에 수정을 가한다는 오해를 심어줄 수 있다"며 "지도부의 충분한 사전토론과 의견수렴 절차가 빠져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말"이라며 "마치 햇볕정책 노선이 원칙 없는 포용정책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발언에 손 대표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발언을 준비하려는 듯 회의 내내 뭔가를 적고 고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회의 막판 정 최고위원의 발언을 반박했다. 손 대표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평화를 유지하고 개방을 촉진하는 포용정책"이라며 "원칙 없는 포용정책은 종북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북의 세습체제나 핵개발을 찬성하고 지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색깔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민주당은 분명히 이와 다르다"며 "평화진보는 김대중 대통령 이래 꾸준히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 최고위원이 "그간의 포용정책은 원칙 없는 정책이 아니다. 종북진보라는 표현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발끈해 회의장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됐다. 손 대표는 방일 당시 기자단 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다시 말하며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당의 지속적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이 '종북진보'라는 표현을 취소할 것을 재차 요구했고 손 대표는 "다음에 하자"고 정리했다.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햇볕정책이 만능은 아니다"라고 한 발언과 겹치면서 손 대표의 대북정책에 대한 관점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용섭 대변인은 일단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말로 다른 의미는 없다"며 "대북정책이 바뀐다든지 하는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불 끄기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 정상과의 만남에서 북한의 인권ㆍ핵ㆍ미사일 문제를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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