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반서민적'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박 시장 때리기'에 나섰다. 최근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가 '공공성'을 강조하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사업에 제동을 건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주택공급이 줄면 향후 주택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 권 장관의 논리다. 서울시는 국토부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재건축ㆍ재개발 속도 조절은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확전 방지에 나섰다. 서울시와 국토부의 이 같은 대립에 대해 정치적 기반이 다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친서민 주택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박원순의 친서민 VS 권도엽의 친서민=그동안 부동산 정책의 주무 부서인 국토부에서는 신임 박 시장의 주택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해왔다. 박 시장은 전면 철거 방식의 주거정비 방식 반대, 임대주택 8만호 건설 등 서민, 그 중에서도 세입자 위주의 정책을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국토부 내부에서는 'SH공사의 부채를 줄이면서도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정책은 모순' '재건축ㆍ재개발이 늦어질 경우 도심 내 주택공급 부족하다'는 등의 우려를 해왔지만 공식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재건축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에서 공공성을 이유로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자 장관이 직접 나서 서울시 부동산 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성을 강조하다 도심 내 주택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매매ㆍ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명약관화하다"며 "행정경험이 부족한 박 시장의 주택정책이 몰고올 부작용에 대해 담당 부처의 장관으로서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최근 몇 년간 하락하고 있는 주택가격이 내년에 더 떨어진다면 정치적인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주택을 소유한 중산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여당으로서는 만약 주택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수도권 표심이 대거 등을 돌릴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청와대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개최해 부동산ㆍ건설 시장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결국 서울시와 국토부 모두 친서민 주택정책을 표방하고 있지만 박시장은 세입자 위주의 정책을, 정부와 여당은 집을 소유한 중산층 위주의 정책을 편다는 점에서 여야가 정치적 대리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가락시영 등 재건축 심의 관심=당장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책의 방향에 대해 구두상으로 갈등을 빚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정책 집행을 놓고 부딪힐 만한 여지는 없다. 현재 재건축 등 주택건설 인허가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돼 있기 때문에 국토부가 서울시에 주택정책에 대해 직접적인 권한을 행사할 방법은 없다. 권 장관도 "수도권 주택정책협의회 등 실무적 협의를 통해 서울시의 재건축 정책 등에 대해 권고는 할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주택공급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는 정도로 구두 개입선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당장 서울시의 다음 행보가 관심이다. 당장 다음달 중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서울 송파 가락시영 저층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종 상향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2종(용적률 250%) 일반주거지역인 가락시영은 3종(용적률 300%) 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용적률이 올라가는 만큼 임대주택을 지으면 종 상향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가락 시영 종 상향이 이뤄질 경우 강동구 둔촌주공과 고덕시영아파트도 종 상향을 해줘야 하는데다 개포주공과 마찬가지로 임대주택 규모와 배치 등을 놓고 서울시가 또 다시 재건축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