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자신의 전재산 500만원을 유산으로 기부하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가재환)는 김화규(72ㆍ동대문구 용두동) 할머니가 지난 7일 전세보증금 400만원과 100만원이 든 저금통장을 자신이 죽은 뒤 기부하기로 해 '행복한 유산 캠페인' 제4호로 지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행복한 유산 캠페인'은 죽은 뒤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회에 기부하기로 미리 약속하는 제도다. 충남 부여군 홍산면이 고향인 김 할머니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홍상 국민학교를 졸업할 정도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60세를 전후해 전재산을 잃으면서 수급자가 됐다. 젊은 시절 남편이 심장마비로 죽은 뒤 줄곧 혼자 살아온 김 할머니는 손자ㆍ며느리가 나오는 드라마는 자신과 상관없다며 TV 대신 신문을 즐겨본다고 한다. 캠페인에 동참하게 된 것도 처지가 비슷한 다른 할머니가 재산을 기부한 소식을 신문에서 본 게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할머니는 "나처럼 혼자 사는 노인들이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할머니가 유산을 기부하기로 마음 먹은 데는 10년 이상 김 할머니를 돌봐온 이춘자 동대문구청 복지서비스연계팀장의 도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 할머니가 기부하기로 한 저금통장 돈 100만원은 사실 이 팀장의 돈.'꼭 500만원을 채우고 싶다'는 할머니의 뜻에 이 팀장이 100만원을 선뜻 내놓은 것이다. 독거 노인들을 많이 돌봐온 이 팀장은 "유산 기부가 이렇게 까다로운 절차가 있는 줄 몰랐다"며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을 위해서라도 절차를 간소화해야 기부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