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재검토하고 배출권거래제 시행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치밀한 검토와 약속이행 의지 없이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보다 3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한 이명박(MB) 정부의 허풍에 발목을 잡혀 국가경제를 그르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녹색성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30% 감축을 약속했다. 2020년 BAU를 8억1,300만톤으로 예상하고 이보다 30% 적은 5억6,900만톤만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도 아닌 우리의 제안에 국제사회는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201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6,900만톤으로 전년보다 9.8%나 늘었다. 당초 예상했던 5.8%를 크게 웃돈데다 증가율도 1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명박 정부는 실현 가능성을 꼼꼼하게 검토하지도 않고 철저한 이행 의지도 없이 산업계의 반대까지 누르고 온실가스 감축 청사진을 남발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8월까지 BAU를 재산정하고 연말까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다시 만들기로 한 것은 사필귀정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등과 연계한다는 의지도 분명히 밝혔다. BAU를 늘려 잡아 30% 감축비율을 지키겠다고 하면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의 꼼수를 비난할 것이다. 그래도 이명박 정부의 BAU 전망치가 달성 불가능한 것이라면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탄소 1톤당 30~40달러에 이르고 배출권거래제 도입시 2020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23~0.47%포인트 감소한다는데 이를 어떻게 감내할 것인가.
다만 우리나라가 중국·인도 등과 함께 2020년부터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절한 감축목표를 설정해 국제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태양광ㆍ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충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관련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