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유가, 원자재시장 '뉴 노멀' 되나

투자자 대거 에너지시장 진입… 1~2월 유입자금 94억弗 달해
일 변동폭 4년만에 2% 넘어서 시간 흐를수록 유가 진폭 커져
미국산 석유 공급과잉 심화로 WTI - 브렌트유 가격차도 확대


국제석유시장에 급속한 단타자금 유입으로 판돈이 많아지면서 유가의 진폭이 커지고 있다. 원유상품 내에서도 미국산이냐 유럽산이냐에 따라 국제시세에 격차가 벌어지는 등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돼 불안정한 유가가 세계 경제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의 유가 데이터를 기초로 재계산해보면 올 들어 국제유가 변동성은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커졌다. 특히 대표적 미국산 원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경우 정도가 심해 지난 1월 이후 이달 26일까지 42거래일 중 종가가 전일보다 2% 이상 급등락한 날이 모두 28일이나 됐으며 해당 기간 중 최대 진폭은 8.2%에서 -8.5%에 달했다. 연초 같은 기간 일간 WTI 가격 변동폭이 2%를 넘어선 적은 2012년 이후 4년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유가 하루 변동폭이 2%를 넘어서는 경우가 흔치 않았는데 최근에는 시간이 갈수록 빈도와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를 시계열 그래프로 그려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진폭이 커지는 모양이 나올 정도다. 유럽산 대표 원유인 브렌트유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때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가격 변동폭 증가가 뉴노멀이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투자자들이 대거 에너지원자재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 급등락도 한층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정보 업체 EPFR에 따르면 올 들어 1~2월 두달간 에너지 부문에 유입된 투자자금은 94억달러(약 10조3,000억원)로 이전 2개월간 들어온 자금(61억 달러)에 비해 급증했다. 골드만삭스의 한 관계자는 WSJ를 통해 현 유가 시장 상황을 주인공이 자고 일어나면 매일 똑같은 하루를 끝없이 반복하는 상황에 빠지는 내용을 그린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 비유하기도 했다.

브렌트유와 WTI의 가격차가 점점 커지는 것도 신조류다. 27일 블룸버그는 이달 들어 브렌트유가는 13%가량 오른 반면 WTI는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작다고 지적하면서 유럽산 원유 대비 미국산 원유 간 가격격차가 13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셰일유전을 필두로 미국 석유업계가 중동 등의 산유국에 대항해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생산량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산 석유의 공급과잉이 더 심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WTI의 주요 수송 중개지점인 미국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 석유저장시설에는 올 들어 12주 연속 원유재고량이 늘면서 근래 5,170만배럴에 이르렀을 정도다. 블룸버그는 쿠싱에서 12주 연속 원유재고량이 증가한 것은 2004년 4월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소재한 에너지애널라이틱스의 톰 핀론 이사는 "미국의 많은 공급량으로 브렌트유와 WTI 간 격차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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