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 통해 '기회'찾자

13위 경제대국, 세계화 지수는 바닥
폐쇄적 국민의식·후진적 시스템으론 성장 한계
中·印처럼 개방도 높여 경제 업그레이드 시급


‘베트남 (신부들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도로 주변에 걸려 있던 국제결혼 광고 현수막이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 6월 올해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인들이 동남아 저개발국 여성들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이 현수막 사진을 공개하자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사실은 인종차별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지난 40여년 간 수출주도형 발전전략으로 성장했지만 국민의식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사회 시스템도 후진적이었는지 보여준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무역ㆍ금융ㆍ인력 등이 전세계를 넘나들고 우리 역시 개방을 통해 성장했는데도 수출은 좋고 수입은 나쁜 것이라는 의식이 많다”며 “국제사회와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권리와 의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세계화지수(GQㆍGlobal Quotient)는 아직 바닥을 헤매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가 컨설팅 회사인 AT 커니와 공동으로 지난해 세계 62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화지수는 29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대적인 개방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세계화는 우리 경제의 숙명이 됐다. 소규모 통상국가가 국제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위험요인도 있지만 글로벌화를 통해 기회를 찾고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중국ㆍ인도 등 초대형 개발도상국들이 과감한 개방을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에 시달리는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또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전략, 지식주도형 성장산업 발전, 국가 간 인력이동으로 인한 신유목민 대두 등은 한국을 세계화의 급물살로 내몰고 있다. 특히 세계화는 과거 압축성장 과정의 전근대적인 관행을 고쳐 우리 경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수단이다. 미래 성장동력인 지식ㆍ정보ㆍ기술이 교류와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신원섭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종합분석팀장은 “세계화가 진전된 국가일수록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고 무역 자유화 정도와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아져 통화ㆍ무역 및 투자정책이 개선된다”며 “정부 규제의 질적 개선 및 정책신뢰성 제고, 재산권 보호 강화, 공공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 등으로 정부의 효율성이 커지고 부패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